하긴 내 자신이 편지를 쓰지도 않는데, 편지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건 참으로 형용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위대한 사상가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편지를 즐겨 썼다는 사실이다.
 

특히 정약용은 편지를 이용해 두 아들을 교육 시킨 것을 볼 수 있다. 그가 강진에 유배되었을 때 아내 홍씨부인이 바래고 해진 치맛감 여러 폭을 부쳐오자 두 아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구절을 직접 짓고 써준 것이 바로 그 유명한 하피첩(霞被帖)이다. 최근에 7억5천에 팔릴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편지의 효용가치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먼저 편지는 편지를 쓰는 당사자 자신의 정서를 충분히 환기시켜 준다고 한다. 한 마디로 정서적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쳐 육체적인 건강까지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깊은 밤 홀로 책상에 앉아 편지를 쓰는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혹자는 “요즘 같은 시대에 편지는 무슨...”이라며 비웃음을 날릴 사람도 있겠지만, 막상 편지를 받게 되면 그 역시도 기분이 좋을 것이다. 행복이 거창한데 있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 챈 사람은 이런 즐거움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부치기 위해 빨강 우체통 앞에서 서성거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올 가을에 그런 경험을 다시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갈수록 편지 냄새가 그리워지는 요즘, 가을은 벌써 낙엽편지를 하나 둘씩 허공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홍봉기  ㅣ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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