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話는 하늘에서 시작되고 희망은 지상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가을이 되면 늘 천고마비라는 고사성어를 입에 올리곤 하지요. 그런데 여기에는 유목민들의 서러운 역사가 숨어 있답니다.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찌기 시작하면 오랑캐들이 약탈을 하러 온다는 신호였기 때문이죠. 이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는 천고마비라는 말을 함부로 쓰기가 꺼려졌지만 그래도 풍성한 가을을 알리는 오프닝멘트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하늘을 쳐다보는 것일까요? 너무 슬프고 어이가 없을 때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하늘을 보게 됩니다. 황망한 일을 당할 때는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거나 원망을 하기도 할 것입니다. 아니면 소원을 빌 때도 우리는 하늘을 보게 됩니다.

 

#모든 神話는 하늘에서 출발

재밌는 사실은 이 세상의 모든 신화가 하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늘을 보고 절대자 ‘하느님’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낸 것을 보면 다른 민족보다 더 하늘을 경외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하늘+님’에서 ㄹ이 탈락돼 하느님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이참에 기독교인들이 섬기는 하나님이라는 말이 국어학적으로 틀린 말이라는 것도 알아두시면 좋겠네요. 물론 기독교인들이 쓰고 있는 하나님이라는 단어는 ‘하나’라는 수사에 존칭접미사 ‘님’이 붙어서 된 말이지만, 우리말 수사는 존칭접미사를 받을 수 없지요. 한님, 두님, 세님이라는 말은 없거든요. 기자가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민족은 그 어느 민족보다 하늘을 경외했다는 것은 강조하고 싶어서랍니다. 그래서 비윤리적인 죄를 저지를 때는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하는 것이고요. 

 

공자님도 하늘을 몹시 공경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획죄어천(獲罪於天)이면 무소도야(無所禱也) 니라” 라고 했거든요.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는 뜻이죠. 우리가 하늘을 조금이라도 무서워 할 줄 안다면 수많은 죄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황당한 생각도 해 봅니다. 하늘을 자주 쳐다보는 사람이 죄를 짓는 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거든요. 아마 범죄자들이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자기를 감추는 것도 어쩌면 하늘보기가 두려워 그러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요즘 다들 살기가 팍팍하다고 푸념들입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하늘을 자주 보는 습관을 해야겠습니다. 하늘이 수시로 변하는 것을 보다 보면 많은 위로와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때론 먹구름이 몰려 올 때도 있고 또 때로는 천둥과 번개가 칠 때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하늘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우리 삶이 아무리 변화무쌍하다고 해도 우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삶은 늘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먹구름 뒤에 태양이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아는 것처럼 삶의 먹구름 뒤엔 희망이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삶이 문득 허전하거나 쓸쓸하다고 생각된다면 더더욱 하늘을 보세요. 특히 저물녘 지는 노을은 그 자체가 한 편의 명화이지요. 살아갈수록 삶이 자꾸 팍팍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아름다운 일상을 감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겁니다. 좀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하루치만 살아가는 하루살이 인생들에 다름이 아니죠. 우리가 받은 하루라는 시간의 일당은 24시간이고요.

 

결국 행복이란 것도 하루하루 감사할 때 받는 일종의 보너스가 아닐는지요. 그리고 우리가 날마다 대하는 하늘도 나름대로는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답니다. 하늘색깔이 다양한 이유는 구름의 영향 때문이랍니다. 구름층이 너무 두꺼우면 햇빛이 모두 산란되기 때문에 검은 색이나 회색을 띠게 되는 셈이죠. 물론, 하늘은 늘 본래 청정하지만 구름이 그렇게 조화를 부리는 것이죠. 어쩌면 우리 인생도 그럴지 모르겠네요. 우리 마음은 본래 맑고 깨끗한데 세속의 욕망이 그렇게 어지럽히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리 첨단과학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하늘이 품고 있는 신화적인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제공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제대로 해독하는 사람은 삶의 이치를 깨닫는 놀라운 축복을 선물로 받을 테고요. 부디 광양의 아름다운 가을 하늘을 놓치지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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