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백(墨栢)마을은 옥곡면에 소속된 마을이다. 그런데 한자로 된 이름만 봐서는 무슨 뜻인지 얼른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액면 그대로를 해석하자면 墨은 ‘먹’을 뜻하고 柏은 ‘측백나무’를 뜻하는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마을 이름 중에 이런 이름들이 꽤나 많이 있다. 아무래도 일제시대 마을 이름을 한자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이지 싶다. 그렇다고 무조건 순수한 우리말을 쓴다고 해서 그 의미가 선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당시 중구난방식으로 불러진 이름을 체계화 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 방법 중 가장 확실한 게 한자 표기였던 것이다.

물론, 한자 표현이 완벽한 것은 아니나, 그 시대에는 그래도 가장 적합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묵백은 어떤 변천 과정을 거쳐 왔을까? 1912년 왜정시대 행정구역개편 이전에는 묵방리(墨坊)라 불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당시 백암리(栢岩里).부두리(浮斗里)?사동리(獅洞里)?삼존리(三尊里)와 병합해 묵백이라 쓰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주로 묵방(墨坊)이라 불렀는데, 1650년쯤 이곳에 처음 정착한 전주 최씨가 먹(墨)을 만들었다하여 ‘먹방’,‘ 먹뱅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묵뱅의 변천과정을 살피면 묵의 성질이 까맣기 때문에 ‘까막뱅’이로 부르다가 이를 좀 더 쉽게 줄여 묵뱅이 또는 먹뱅이로 불렀음을 알 수 있다. 그러잖아도 요즘 묵백 마을에서 많은 고사리를 재배하는데, 고사리를 삶으면 약간 검붉은 색을 띠는 것도 어쩌면 묵방 이름과 닮은 점이 있어 보인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