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추억과 함께 내리는 법. 지금 이 글도 빗소리를 들으며 쓰고 있다. 비는 이상하리만치 로맨틱하다. 아니, 비는 모든 사람을 로맨티스트로 만든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이런 로맨틱한 상상을 하며 나는 여인의 누드를 그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였던 헤라클리투스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은 수없이 많겠지만, 사실 인간(여인)의 신체만큼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정말 그렇다. 사람의 몸, 특히 여성의 몸은 상상력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이 세상에 쓰인 모든 문학과 시를 한 낱말로 압축한다면 ‘'여인’에 대한 동경'이 되지 싶다. 여인은 수많은 의미로 각색될 뿐만 아니라, 상상력의 원천을 제공해 준다. 여인은 때론 팜므파탈(치명적 여인)이 되었다가 또 때로는 거룩한 성녀로 변신하기도 한다.

 하여,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내들이 여인들의 언저리에서 방황하며 생을 포기하는지 모른다. 운 좋은 사내는 원하는 여인을 품에 안고 살 냄새에 취하겠지만, 대부분 사내들은 그렇지 못한 것 또한 현실이다. 길가는 뭇 사내들을 붙들고 물어보라. 첫사랑과 함께 생을 보내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이번 누드는 약간 팜므파탈적인 여인의 모습을 담았다. 분홍색은 유혹의 색깔을 검은 색은 죽음의 색을 상징하고 있다. 조금 냉철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평생 유혹과 죽음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다가 세상을 하직하는 존재들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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