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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를 저술했던 김부식이 정지상의 시구를 탐내다가 몇 번 거절당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세월이 흐른 후 김부식은 출세가도를 달렸고 정지상은 그에게 죽임을 당해 혼령이 된다.
하루는 김부식이 “버드나무 천 가지가 푸르고 복숭아꽃 만 송이가 붉도다”라 읊었더니, 정지상 혼령이 나타나 뺨을 때리며, “누가 그 수를 헤아렸드냐. 버드나무 가지가지 푸르고 복숭아꽃 송이송이 붉도다!”라 고쳐 읊었다고 한다. 김부식은 마지막까지 정지상을 한 번 능가해 보고 싶었으나 끝내 그러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말았다.
좋은 시는 인위적으로 애를 쓴다고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깨끗하고 사물을 보는 눈에 삿뎀이 없어야 한다. 정지상은 그런 눈을 가졌지만, 김부식은 세속의 욕망으로 가득찼던 것이다. 시는 그런 마음 풍토에서는 절대 자생하지 않는 법이다.
오죽 했으면 詩人과 神仙은 동의어라고 했을까. 정지상이 비록 억울하게 죽었지만, 그는 ‘송인(送人)’이라는 시를 남긴 덕분에 두고두고 사람들의 가슴에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특히 이별시의 백미로 손꼽히는 송인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시로 인정받고 있다. 하긴,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이별의 슬픔을 겪게 마련 아니겠는가.
그러잖아도 여름이 작별을 고하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는 이 때, 이 시를 한 번 읊어보는 것도 꽤나 운치가 있지 싶다. 물론 막걸리 한 사발과 파전 그리고 아리따운 여인이 곁에 있으면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겠지만....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비 갠 긴 언덕에 풀빛이 더욱 푸른데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남포에서 님을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大洞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대동강 물은 어느 때 마를 것인가?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해마다 이별의 눈물만 물결에 뿌리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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