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을 이름도 시대에 따라 변천하게 마련. 봉강 역시 마찬가지였다. 봉강면 이전에는 며내면이라고 불렀는데, 아무래도 순수한 우리말이었던 뫼(山)를 한자로 음차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불러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며'가 ‘활을 구부린다’는 뜻으로 쓰이고 보면 아마 활처럼 구부러진 산 안에 위치한 마을이라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지 싶다.

그런데 1872년 경에 봉강면(鳳岡面)으로 고쳤는데, 이는 며내면이 양반고을에 부적당하다하여 그렇게 수정했다고 한다. 이는 참으로 타당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이름과 사물이 그렇게 불러지는 대로 성취되는 것을 볼 때,  뛰어난 혜안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름의 중요성을 그 만큼 깊이 고찰했다는 증거다. 그래서 이름을 짓거나 바꿀 때는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봉강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몰라도 봉강면에는 신재 최산두를 비롯해 황매천 등 뛰어난 文才가 많이 배출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봉(鳳)이라는 새는 상상 속의 새인지라, 자칫하면 현실성과 멀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신재 최산두와 매천선생은 자신들의 의기를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세상을 뜨고 말았는데, 이름이 너무 크다 보니 세상이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봉(鳳)이 아침언덕에서 운다는 뜻을 가진 봉강면은 갈수록 살기 좋은 고을로 거듭날 것임에는 틀림없다. 참, 봉황(鳳凰)은 동아시아의 신화 및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인데, 용과 학이 교미하여 낳은 상서로운 새라고 전해 오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봉황은 합성된 단어로 수컷은 ‘봉(鳳)’, 암컷은 ‘황(凰)’이라고 하는데, 암수가 한 쌍으로 만나면 금실이 매우 좋다고 하며 성군(聖君)이 출현하거나 세상이 태평성대일 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 황(凰)은 나타나지 않았으니, 봉강처자와 결혼한 남자들은 황에게 장가들 가능성이 크니, 봉강처녀들 눈여겨보시길.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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