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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느 상점 앞에서 버겁게 누워 있는 애완견 한 마리를 보았다. 아무리 봐도 버림당한 유기견으로 보였는데, 그 애완견은 몹시 지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내 주변을 맴돌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애완(愛玩)은 말 그대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놀아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저 자기 욕심과 즐거움을 채우는 도구로 대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내가 광주에 살았을 때 잠시 말티즈라는 강아지를 키운적이 있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딸 아이가 눈을 심하게 다친 강아지를 한 마리 얻어온 것이다. 그 때 그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애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애완견이 주는 정서적인 측면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강아지를 집에서 키우는 데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끝까지 돌봐줄 자신감이 없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이지만, 그 보다는 위생관리에 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나는 버겁게 어디론가 걸어가는 유기견 뒷모습을 보면서 사람이나 동물이나 사랑과 관심이 없으면 저렇게 살아갈 의욕을 잃게 된다는 것을 새삼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 지금도 그 유기견은 후미진 어느 골목길을 맴돌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테다. 하긴 사람도 평생 자본주의라는 욕망의 언저리에서 그렇게 맴돌기는 마찬가지겠지만...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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