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나는 돈이 좋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나는 돈이 좋다. 그런데 오해는 하지 말기 바란다. 나는 돈을 좋아할 뿐, 사랑하지는 않으니까. 약간 모순 어법 같지만,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고양이는 생선을 좋아하지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면 금방 알아들을지 모르겠다. 좋아 한다는 것은 내 목적 달성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사랑은 다르다. 사랑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기 때문에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나보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목사로 은퇴하기 전까지 40여년간 교회에서 설교랍시고 해왔다. 내 설교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고 또 행동의 변화를 불러 일으켰는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소명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 중에 교회가 ‘맘몬화’되어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늘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맘모니즘’은 하느님 대신 돈을 최고로 치는 신앙을 말한다.

물론 교회 또는 절에 다니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이야기해 보면 대부분 사람들은 절대 그럴 일 없다고 큰소리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 꺼플만 벗겨보면 마음 속 깊은 곳에 맘몬신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찾아 낼 수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거기서 제외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우스갯소리로 오늘날 교회는 God을 Dog로 만들었다고 힐난하곤 한다. 하느님을 자기들 교회 부흥시키고 복을 주는 도구(道具=Dog)로 여기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이 성완종 뇌물사건으로 인해 풍비박산 나고 있다. 망자는 메모하나 남기고 세상을 떠났지만 그 메모는 연일 나라를 들었다놨다하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정치인들은 한 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고 오리발을 내 밀지만, 그 오리발에는 늘 금가루가 묻어 있었다는 것을 국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지사는 여전히 잡아떼고 있다.

하긴 정친인들치고 ‘잡아떼기’의 달인이 아닌 사람이 없지만, 이들 역시 이 문제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어쩌면 그들 말대로 한 푼도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가 보여준 불신이 이처럼 크다는 데 있다. 그럴 때마다 정치인들은 쇄신(刷新)을 한다고 호들갑을 떨어왔지만 개가 토한 것을 다시 먹듯, 그런 짓을 되풀이 해 왔다.

이번에 터진 뇌물 사건 역시 경남기업이 국가 돈을 빼먹기 위한 치밀한 공작정치에 다름 아님을 알 수 있다. 정치금융이야 말로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주범이다. 좀비기업이란 정부의 도움을 받아 파산을 면한 기업을 말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조사 결과 운송장비 업종과 건설업종이 30% 정도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나랏돈으로 오히려 범죄자들을 먹여살린 꼴이 된 셈이다.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빌면 좀비 기업의 절반만 문을 닫게 놔둬도 정상기업 일자리가 8만 개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은퇴하고 손자들이나 돌보고 있는 늙은이가 뭘 알겠는가만, 돈을 좋아는 하되 사랑하지는 말아야 한다. 사랑에는 영혼이 담겨 있는 법이라 한 번 거래하고 나면 두 번 다시 회복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의 신망을 받았던 가롯유다는 돈에 스승을 팔고나서 결국 자살하고 말았던 것이다. 영혼이 상처를 받게 되면 육체도 무너지고 만다는 것, 모두가 다시 한 번 상기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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