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을 출가 시키고 직장에서 물러나와 노후의 생활을 하게 되는데 안정된 직장을 가졌던 사람은 연금 등으로 여유 있는 노년생활을 보내고 자영업에 종사 하시는 분들은 끝까지 생업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살게 된다. 자식들의 사회적 영향력 여부와 생활의 풍족도에 따라 노후의 모습이 서로 달라지게된다. 

 

나의 경우는 철모르는 유년 시절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초등학교 6년 동안 5번의 학교를 옮겨 다녔다. 그리고 서울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 하였다. 꿈 많고 콧대 높은 소년시절 이였다. 중학교 3학년 졸업 무렵 아버지의 갑작스런 변고로 집안 살림이 초겨울 바람에 낙엽이 휘날리듯 어려워지고 어머니와 2남 2녀의 가족은 광양으로 내려와 둥지를 틀고 고등학교를 백부님의 도움으로 졸업하고 다시 객지로 나가 직장생활과 자영업을 통해 생존의 기반을 다져 나갔다.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사글세방에서 전세방, 전세방에서 조그만 시영아파트를 마련할 때까지 오직 우리 가정을 살려 내야겠다는 일념으로 일하고 공부해 나갔다. 다행히 어머니의 수술도 잘 회복 되었고 동생들도 한명한명 출가 시켜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나 자신도 결혼을 하고 착실한 아이들 1남 2녀를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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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에 조그만 농장과 사업체를 갖게 되었고 소년시절 간절하게 꿈꾸던 정치적 도전도 해 보았다. 좋은 인복으로 인해 작은 직책 이지만 공직 에서 일하게 되었고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늦둥이와 함께 아침에 출근하는 기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나온 세월을 잠시 되돌아 보니 어느새 세월은 저만치 흘러 나이 60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지 43년, 그 세월을 하루같이 온 몸을 던져 가족과 가정을 위해 죽을힘을 다해 살아 온 것 같다. 후회 없는 하루하루였지만 변변한 취미생활 하나 없이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없이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과연 올바른 삶일까? 하는 회의가 문득 들기도 한다. 그러나 순간순간 살아 있음에 감사드리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하늘의 축복에 고개를 숙인다.

 

지난번 우리 집 앞 문화예술회관에서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다. 우리 보다 앞선 세대였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6.25사변과 파독, 파월장병 스토리와 엮은 영화였는데 마치 우리 남자들의 일대기를 보는 것 같아서 오랜만에 눈물을 흘리며 영화를 보았다. 이 풍진 세상 고비 고비 마다 중간에 좌절하지 않고 아니 죽지 않고 살아서 한 가정을 이루어 내고 지켜 가는 것, 그것이 우리 남자들의 일생이요 성공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험난한 현대사에 여기 까지 오면서 살아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요. 가정이 온전하다는 것이 기적이요, 자식 들이 잘 살아 주는 것이 축복이 아니겠는가? 남자들이여 참 고생 많이 하셨다. 모두 힘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