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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바람이 제법 세차게 분다. 겨울이 물러가기 전에 늘 한 번씩 찾아오는 추위이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얇은 옷으로 갈아입은 사람들은 다시 두꺼운 옷으로 손길이 갈 테다. 그러나 이런 추위 속에서도 자기만의 때깔을 유지하며 곳곳에서 향기를 뿜어내는 것들도 참 많다.
불평을 하다가도 이렇게 연약한 것들이 소리 소문 없이 피어있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큰 위안을 받게 된다. 꽃샘바람 앞에서 얼마나 견딜지 걱정이지만 겨울도 거뜬하게 이겨 낸 것을 보면 끄덕없지 싶다. 향기 역시 온실에서 핀 꽃과는 비교도 안 된다 하니, 툭하면 불평불만을 여과 없이 내뿜고 살아가는 내 모습이 죄스럽기만 하다.
하여, 반성하는 심정으로 당나라 시인 유희이(劉希夷)의 시 한 구절 읊으며 이름 없는 들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보련다. ‘해마다 철마다 꽃은 비슷하지만(年年歲歲花相似) 철마다 해마다 사람은 같지 않구나(歲歲年年人不同).’ 아무렴, 우리 인생사가 그런 것 아니겠는가. 꽃샘추위는 하루만 반짝하고 물러간다 하니 그런대로 견딜만하지 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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