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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큰 인연은 없지만, 지난주 젊은 공무원 한 사람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날이 지난 화요일이었는데, 거짓말처럼 함박눈이 쏟아졌다. 그는 마치 우리 인생이 잠깐 날리다 흩어지는 함박눈과 다를 것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는 술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술을 마시게 했는지 모르겠으나 자기만의 아픔을 술로 달랬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처럼 살다보면 술이 유일한 처방전일 때도 있는 법이다. 비록 50초반에 세상을 떠났지만, 알고 보면 지상에 남겨진 우리도 언젠가는 그렇게 떠나야 하는 존재들이다. 다만 시간적인 차이만 약간씩 다를 뿐이다. 돈이나 힘깨나 있다고 해서 약한 자를 괴롭혀서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명심보감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有勢莫使盡 (유세막사진)하고 勢盡寃相逢 (세진원상봉)하라" 이 말은 "권세가 있다고 해서 함부로 남용해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권세가 다하면 억눌려 원통한 일을 당한 원수와 서로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없는 힘까지 동원해 원수를 만들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나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지만,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저승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이율배반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긴 사람만 죽는 것은 아닌가 보다. 지난주에는 정당을 해산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바로 권력의 남용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학살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래저래 마음만 심란한 세밑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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