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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액제(防厄祭)라는 말이 참으로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말 뜻 그대로 나쁜 액을 막기 위해 드리는 제사라는 뜻이다. 또는 여제단(?祭壇)이라고도 하는데 이 역시 같은 의미다. 의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이런 제사를 자주 올렸다. 특히 역병 때 어쩔 수 없이 죽은 귀신을 위로하기 위해 드리는 제사가 바로 방액제였던 것이다. 현대인이 들으면 미신이라고 치부할지 모르겠으나,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을 지혜롭게 풀어가고자 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귀신의 존재를 부인하면서도 귀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귀신을 물리적인 눈으로 확인을 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존재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종교 활동을 하는 것도 다 귀신의 존재와 관련이 있다. 종교에서 말하는 신(神)자를 귀신(鬼神)으로 음역하는 것만 봐도 우리가 귀신의 존재를 얼마나 의식하면서 살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하겠다.
지혜롭게도 오래된 나무 앞에 제단을 만들어 제사를 드리는 것은 정말 현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니,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선악의 출발점도 결국은 나무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를 충분히 입증하지 싶다. 우리 조상들 역시 오래된 나무는 신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한 때 이런 여제단이 광양읍 우산리 내우마을과 인서 마을 등 여러 곳에 있었으나 현재는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이젠 병원이 그 제단 역할을 대신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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