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 때 ‘메멘토모리’라는 책이 베스트 반열에 올랐던 적이 있었다. 이 말은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메멘토모리’를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런 의미에서 생겨난 일종의 풍습인 셈이다.
그러잖아도 요즘 세상을 뜨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는지, 부음(訃音)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있다.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하여튼 죽음을 피하고 싶은 게 보편적인 사람들의 정서일 것이다.
오죽했으면 아라비아숫자 4를 죽음을 연상케 하는 死자라 생각해 금기시 해 왔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죽음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가 된 사람은 삶도 제대로 살아가게 마련이다. 아니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영어로 죽음을 ‘데스(death)’라고 발음하는데 어쩌면 우리말의 ‘다됐다’는 뜻하고 의미가 상통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을 마무리 한 후에 ‘됐어(death)’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는 것으로 봐서 그럴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은 평등하다. 부자든 가난한자든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달랑 한 장 남아있는 달력을 보면서 송한필의 시로 남은 한 해를 정리해 본다. 花開昨夜雨 화개작야우/花落今朝風 화락금조풍/可憐一春事 가련일춘사/往來風雨重 왕래풍우중/ 어젯밤 비에 피었던 꽃/ 오늘 아침바람에 떨어지네/ 가련하다, 짧은 봄날의 일/ 비바람속에 오가는구나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