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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정말 고독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퇴근 하던 길에 홀로 걸어가는 어느 중년 여인의 뒷모습이 그렇고, 텅 빈 공원에 홀로 앉아 있는 노인의 모습이 또 그렇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묘한 감정의 파장을 느끼게 된다. 특히 혼자 낯선 곳을 여행하다가 석양을 보게 되면 마치 이 우주에 나 혼자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데 참으로 역설적인 것은 그렇게 혼자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때 자아는 성숙해지고 마음 평수가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이건 고독이 주는 또 다른 깜짝 선물이다.
그러기 때문에 고독을 일부러 거부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여럿이 모여 공허함을 느끼는 것보다 홀로 충만한 게 낫다. 물론 영원히 고독할 수는 없겠지만, 요즘 같은 계절에는 일부러 고독을 호명할 필요도 있다. 홀로 텅 빈 충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인간관계도 깊게 할 수 있는 법이다. 아니 이 세상의 모든 창조물은 고독의 산물이다.
물론 군중속의 고독은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불치병이지만, 삶의 깊이를 위해서라도 고독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랑이 깊어지면 고독도 깊어지게 마련인데, 이때의 고독은 사랑을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 고독은 결코 우울한 감정이 아니다. 고독의 시간은 나와 너를 생각해 보는 귀중한 순간이며, 바쁜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는 안식의 기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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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자신을 발견하는 거울이다
어느 철학자가 말하기를 “고독은 영혼을 숙성시키는 발효의 시간”이라고 했다. 고독의 세례를 받지 못한 사랑은 오래가지 못하며 고독의 시간을 거치지 않고 창작되는 문학은 금방 폐기 처분 된다고 했다. 이 말에 다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 삶이 성숙하려면 반드시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일 테다.
문학의 거장인 괴테 역시 “고독 자체가 좋은 문학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문학작품치고 고독의 신세를 지지 않는 작품은 없다”고 했다. 고독은 결코 질병이 아니다. 고독은 자신을 발견하는 거울이다. 고독의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공동체의 소중함도 아는 법이다. 백억선 작가가 찍은 이 사진 역시 고독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든다. 아마 백 작가는 이 사진을 찍고 나서 어느 선술집에 앉아 홀로 고독을 씹었을지도 모른다.
세월 한 다발
어디 비운다고 비워질까만
어디 버린다고 버려질까만
가을 햇살은 구석구석 대책없이
그리움을 풀어 놓는데
어제는 어제 만큼의
오늘은 오늘 만큼의
상처와 아픔들
누구 가슴에나 피고 지는
막막한 세월 한 다발
詩 홍봉기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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