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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지제 궤자의혈(千丈之堤 潰自蟻穴)’이라는 문장이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천길이나 되는 제방도 작은 개미구멍 하나로 인해 무너진다는 뜻이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때 주로 인용되는 글이다.
아직도 우리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세월호 참사나 윤일병 구타사건 등 역시나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문제들이 그렇겠지만, 처음부터 큰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작은 일이 조금씩 누적 되다가 결국 큰일로 번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여전히 혼란과 혼란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세월호 침몰에서 시작한 사고는 구원파 교주였던 유병언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더욱 의심을 증폭시켰으며 윤일병 구타사망과 여고생들이 저지른 참혹한 살인 등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공황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그나마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겨우 버티며 살고 있던 사람들조차도 분노심을 폭발하고 말았다.
분노는 버릴 장소가 없는 유독성 폐기물과 같다는 말이 있는데, 결국 우리는 정부가 제공한 분노의 폐기물 속에서 그렇게 허덕이고 있는 꼴이 되고 만 셈이다. 국민의 정서 순화를 위해 앞장 서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민들 마음을 자극만 하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는 여전히 자기 당의 유불리 계산에만 바쁜 모습이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되었는지 묻고 또 물어보지만 시원한 답은 없다. 추위는 옷으로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마음의 추위는 무엇으로 막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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