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은 많은 데 오라는 데가 없는 순간/ 대책 없이 집을 나서고 싶은 순간/ 대수롭지 않던 뽕짝 앞에서 마음이 흔들리던 순간/ 대낮 어두운 카페에 앉아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고 싶은 순간/

헤어졌던 첫사랑이 불현듯 생각나는 순간/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인생을 논하고 싶은 순간/ 무공해 마음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순간/ 당신도 나만큼 외로울 것이라며 위로하고 싶은 순간/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센티한 마음을 가지고 싶은 순간/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주워 책갈피 속에 넣어 두고 싶은 순간/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노파를 보며 가슴이 찡해지던 순간/ 어느 연예인처럼 염문을 뿌리고 싶은 순간/ 경건한 마음으로 성당에 가 기도를 올리고 싶은 순간/

쓸쓸함을 주체하지 못해 혼자서 술을 마시고 싶은 순간/ 멋진 옷을 입고 폼 나게 거리를 걷고 싶은 순간/ 이 모든 순간을 다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순간들과 순간들 속에서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는 당신이야 말로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순간들 속에서 흔들리며 산다는 것, 그게 인생 아니겠는가.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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