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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점심을 먹고 오던 길에 책을 읽고 있는 노인을 보았다. 노인이 책을 읽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낭독을 하면서 읽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 없었다.
속으로는 저런 모습이 우리들 일상에 많았으면 참 좋겠다는 욕심도 부려 보았다. 어쩌면 저 노인은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렇다 해도 얼마나 보기 좋은 모습인가.
아니 그 노인의 가슴은 또 얼마나 감성이 풍부하겠는가. 그러잖아도 요즘 빠르게 공습해 오는 가을을 보면서 한숨 쉬는 사람도 많이 늘어 날 텐데, 그렇다면 그런 사람에게 책을 가까이 할 것을 주문해 본다.
다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지만, 선진국 나라들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 소위 그들이 말하는 선진국이란 경제적으로 잘사는 것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독서량도 포함이 된다고 하니, 영 기분이 개운치가 않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미개인 수준 밖에 안 된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이 책을 얼마나 많이 읽어치웠는가로 상대방의 독서력을 평가하려고 하는데,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책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권의 책이라도 깊이 음미하면서 천천히 읽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하긴 고기도 먹은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책도 꾸준히 읽어 본 사람이 속도도 빠르게 마련이다.
물론 가장 좋은 독서는 날마다 세끼 밥을 먹듯이 그렇게 꾸준히 하는 것이다. 그러니 책 읽기에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은 쉬운 책을 먼저 골라 천천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면서 읽는다면 독서에 재미를 붙이지 싶다. 어느 인문학자가 말하기를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이 책을 즐겨 읽는 나라는 희망이 있다고 했다. 그러잖아도 요즘은 책읽기에 딱 안성맞춤이다. 술병대신, 스마트폰 대신 리모컨 대신 책을 손에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 권의 책이 당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마음의 곡간(穀間)은 풍성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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