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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이는 동안 또 한 계절이 가고 있다. 망설이는 동안 꽃은 피었다가 졌고 젊음도 꿈도 시나브로 탈색되어 갔다. 푸른 낙엽이 누렇게 변색 된 채 떨어지듯 푸른 희망들도 그렇게 떨어져 내렸다. 망설이다가 끝내 놓쳐버린 것들과 다시 놓칠 것들이 손 안에 있다.
뻔히 알면서도 당하는 것,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다. 모든 후회는 망설임의 결과물들이다. 돌아보니 삶은 늘 그래왔던 거 같다.
마치 백화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랐는데 집에 와서 다시 입어 보았더니 영 아니라는 후회... 분위기와 조명발에 속은 것이다. 미안하게도 선택의 대부분이 그랬던 것 같다. 삶이 불행한 것은 늘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달음이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후회는 되풀이 된다.
삶은 결단하고 도전하는 것보다 머뭇거리며 망설일 때가 더 많다. 아마 여물어가는 가을을 보면서 흘러간 꿈들 때문에 가슴을 치는 사람도 꽤나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를 악물어도 삶은 늘 후회를 남기고 마는 법이다. 아니, 후회하는 그 자체가 삶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가수 김추자가 불렀던가.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산다 할 것을/ 망설이다가/ 가 버린 사람/ 마음 주고/ 눈물 주고/ 꿈도 주고/ 멀어져 갔네/ 님은 먼 곳에/ 영원히 먼 곳에/ 망설이다가...' 알고 보면 이 가사에 걸려들지 않을 사람도 드물지 싶다. 그래, 맞다. 망설이다가 인생의 엑기스(extract)는 모두 빠져 나가고 마는 법이다. 세상에, 어느새 또 가을이 창문을 흔들며 “’이제 막 도착 했노라”며 안부를 전하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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