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관 김천록은 임진왜란 때 진주성싸움에서 항전하다가 순절했다고 한다. 하긴 그 당시에 어디 김천록만 순절을 했겠는가. 이름 없는 수많은 백성들이 나라를 지키다가 그렇게 죽어 갔을 터.

아니 옛날 말에 이르기를 一將功成 萬骨枯(일장공성 만골고)라고 했다. 한사람의 장군이 공을 이루려면 수많은 병사가 희생된다는 뜻인데 틀린 말은 아니다. 조정이 당파싸움으로 서로 물어뜯고 있을 때, 이름 없는 백성들은 내 강토 내 가족을 지키겠다고 그렇게 목숨을 다해 싸웠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잘 살게 된 것은 모두 그들의 피 값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다. 요즘이야 나라사랑에 대한 의미가 빠르게 퇴색되고 있지만,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애국심을 얼마나 강조했는지 모른다. 물론 그 때는 반공 이데올로기 영향 때문이기도 했었지만. 하여튼 나라가 없으면 나라는 존재가치도 의미가 없기 때문에 나라를 사랑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만, 정치인들이 나라사랑을 악용해 자신의 권세를 합당화 하는 수단으로 전략하는 것이 문제다.

그럴 때면 유당 공원에 가서 나라를 위해 희생당한 선조들의 비석을 보는 것만으로 애국심이 생길 것이다. 김천록의 지려비(之閭碑)도 그 중에 하나인데, 그의 행적을 후세에 널리 알리기 위해 조정에서 세워준 비석이다. 지려비는 주로 마을 길가에 세워 사람들로 하여금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일종의 표지석이었던 셈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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