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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시끄럽다. 곳곳이 상처요 아픔이다. 원래 세상이란 게 그런 곳이라고는 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며칠 전에는 난데없는 물폭탄이 쏟아져 도시가 마비되는 것은 물론 아까운 목숨들이 숨졌다.
도대체 인재(人災)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천재(天災)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정말이지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어느 곳 하나 성성한 데가 없다. 누구 탓이라고 손가락질을 하기도 부끄럽다. 역시의식과 현실인식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투표를 잘 못한 우리들 잘못이 크기 때문이다.
자기 백성이 단식으로 죽어가는 데, 대통령은 얼굴 한 번 비추지 않고 있다.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우리가 죄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했다. “글쟁이들의 존재 목적은 아무도 이 세계를 외면할 수 없게 만들고, 그 누구도 이 세상에 대해서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혼탁한 세상의 소리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되기 위해 지난 토요일 생일도라는 작은 섬에 다녀왔다. 모처럼 만에 보는 바다는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오염된 내 달팽이관을 씻어 내기에 충분했다. 섬으로 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힐링이요 필링이었다. 일상의 문지방을 넘을 때, 우리는 새로운 세계와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행은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내면의 힘을 기르는 기회인 셈인데, 일상의 문지방을 자주 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글을 정리하는 순간에도 생일도의 파도소리가 내 마음을 들고 나는 것을 느낀다. 적어도 한 달 쯤은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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