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첫눈에 반한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준비하는 럭셔리한 깜짝 이벤트에도 두 남녀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마주 앉게 되며 하나의 목표를 두고 좋은 결론을 얻고자 하는데 자꾸만 서로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도 사람들은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다음 일을 도모하기도 한다.

 

지난겨울, 친구들과 돌연한 나의 일방적인 두 달 간의 긴 절연의 공백을 깰 때도 저녁을 함께하며 못다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고 방황하는 열일 곱 살 아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함께 차를 타고 달려갔던 곳도 깊은 산 어귀에 있는 어느 레스토랑이었다. 조용한 그곳에서 아들과 마주 앉아 해물스파게티와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으며 집에서 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을 마음을 열고 나누며 사춘기의 터널을 힘들게 지나고 있는 아들을 토닥거려 주었다.

 

이렇듯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도 있고 친구나 주변의 동료 등 좋은 사람들과 끈끈한 정을 확인할 수 있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 국익을 위해 나라와 나라가 만나서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을 사이에 두고 만찬 테이블에 앉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듯 누군가와 ‘밥을 먹는다는 것’은 그냥 허기진 배를 채우고 끼니를 해결하는 것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살이가 맺는 모든 관계들은 ‘함께 밥을 먹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으며 내가 다른 누구와 함께 밥을 먹는 일은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쭉 계속 될 것이다.

 

하지만 ‘음식 끝에 마음 상한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가장 ‘거시기’하게 생각 될 수도, 또 받아 들여 질 수도 있는 것 또한 ‘먹는 일’이 아닐까 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밥상을 펴는 일이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며칠 전 어느 날엔 마음이 아렸다.

초복이었던 그날, 장어탕, 삼계탕 등 여름보양식을 메뉴로 하는 식당들이 늘어선 시내의 식당가는  주차할 공간이 없을 만큼 점심을 해결하러 온 자동차들로 빽빽했다.

 

오랜만에 ‘콩국수나 한 그릇 하자’는 반가운 메시지를 보내 온 좋은 분을 만나 콩국수 대신 닭 가슴살을 넣고 끓인 ‘초계국수’와 메밀만두를 한 입 떠 넣는데 말없이 묵묵히 자신들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무실의 ‘그녀들’을 생각하며 사람들의 ‘사기’도 ‘먹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입안에 넣고 씹어 삼키는 그런 단순한 행위라기보다는 모르는 사람들, 혹은 아는 사람들과, 또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행복한 시간을 갖는 것도, 좀 더 가까워지고 편안해지기 위해서 마음을 열어 보일 수 있는 것도  ‘함께 밥을 먹는 행위’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하면 비약에 가까울까? 

 

어쨌든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곧 최고의 소통수단이라는 생각을 한다.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나타내는 그림도 가족 모두가 식탁에 둘러앉는 것이고,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동료들을 격려할 때도 필요한 것은 한솥밥 마인드로 차려내는 조촐하지만 따뜻한 밥상이다.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먹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보다 숭고한 의미를 지닌다. 누군가 ‘같이 밥 먹자’고 말 하는 것은 상대를 인정하고 마음을 써주는 일이다.  

 

‘미운 사람 떡 하나 더 주라’는 말도 있는데 차려 놓은 밥상에 젓가락 몇 개 더 올리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같이 밥을 먹는 행위’에 대해 다시 한번 새겨 볼 필요가 있고, 심드렁한 관계를 유발하는 ‘한 지붕 아래 끼리끼리 두 밥상’은 지양해야 하며 또 함부로 ‘언제 밥 한번 먹읍시다’라는 성의 없는 공수표를 남발해서도 안 된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자리를 함께 하는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행해져야 할 일이다. 폭염으로 입맛도, 일상의 열정도 느슨해지기 쉬운 요즘, 자신의 곁에 힘들고 지친 사람은 없는지 돌아보고 ‘같이 밥 먹을래?’하고 따뜻한 문자 한 통 보내보자. 그리하면 상대방은 ‘너를 생각하는 따뜻한 내 마음’을 읽고 콧날이 시큰해지는 감동으로 인해 눈물이 핑 돌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