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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힘-신뢰의 도덕적 토대』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낯선 사람들을 왜 믿는지, 그리고 그런 믿음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책이다. 작가는 미국 의회 내에서 서로 다른 당 소속 의원들 간에 상호 기본적인 예절조차 지켜지지 않는 이유가 그들 사이에 아무런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신뢰 개념의 중요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작가는 신뢰란 개인적 경험, 혹은 시민단체나 비공식적인 사교활동을 통한 상호작용에 의존하지 않는 도덕적 가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신뢰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개념인 ‘이미 알고 있는 지인들에 대한 믿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신뢰는 크게 전략적 신뢰와 도덕적 신뢰로 나눌 수 있는데, 전략적 신뢰는 상대가 어떻게 행동할지 따져본 뒤 믿을 만큼만 믿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상대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작용하므로, 전략적 신뢰는 앎을 기반으로 하는 신뢰이자 조건부 신뢰가 되는 셈이다. 반면 도덕적 신뢰는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하지 않는다. 상대와 내가 근본적인 도덕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 그냥 믿는 것이다. 통상 아는 사람을 믿는 것은 전략적 신뢰이고 낯선 사람을 믿는 것은 도덕적 신뢰로 보면 된다.
그러나 전략적 신뢰가 됐건 도덕적 신뢰가 됐건 신뢰는 공동체 구성원들을 결속시키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행복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긍정적인 토대를 마련해 주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신뢰는 자신과 의견이 다르고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의 갈등해소에도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보편적인 신뢰를 믿는 사람들은 비록 자기와 인연이 없거나 또는 만날 가능성이 희박해도 기꺼이 자신의 재물이나 시간을 투자함으로써 이 사회를 좀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회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그동안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선거가 모두 막을 내렸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선거로 인해 무너진 신뢰기반을 어떻게 다져나가는가 하는 점이다. 서로 편을 갈라 싸우는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혔을 테지만 그래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함께 마음을 모아야한다. 물론 전략적인 신뢰 수준을 넘어 도덕적인 신뢰를 쌓아간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우선 전략적인 신뢰만이라도 시급히 회복할 필요가 있겠다 싶다. 왜냐하면 참다운 변화란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연대할 때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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