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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지금 엄청 화가 나 있다. 자존심에 너무도 큰 상처를 입은 것이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정몽준씨의 막내아들 ‘예선’군이 감히, ‘우리 국민이 미개하다’ 라고,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분노는,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슬픔의 정서와 맞물려 미묘한 쌍곡선을 그려내고 있다. 분개하고 있는 국민들은, 그 철없는 아이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아무 관심이 없고, 따라서 아는 것도 거의 없는 것 같다. 그저 앞뒤 분간 없이 “우리가 미개하다고?” 라고 펄펄뛰고 있을 뿐이다.
사실 ‘예선’군은 희생자들의 유가족을 향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대통령에게 소리를 지르고 국무총리에게 물병을 던져 무례하게 굴었다는 것인데, 말하자면 어딘가에서 가끔 듣던 소리대로, ‘최고 존엄’을 함부로 건드렸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생명을 대신 주고서라도 자식을 살려내고 싶은 부모의 안타까운 심정을 털끝만큼이라도 공감할 수 있었다면 어찌 그런 소리를 할 수가 있었겠는가? 정말 한심하고 철없는 ‘미개한 아이’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미개하다’는 말은, 그 의도는 비록 형편없는 저질적인 것이었으나, ‘말의 표현’ 그 자체로서는 정말 제대로 된 정확한 말이다.
지금 ‘세월호 참사’가 우리나라, 우리국민의 미개함을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무책임하고 비겁한 행위나, 실소유자의 경영상의 법적 책임 등은 사건의 실체가 아닌 꼬리에 불과하고 그림자일 뿐이다. ‘세월호’참사의 근본원인은 해운업계 전반의 구조적인 비리에 있음이 이제는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해피아’(해양수산부 마피아)라고 불리는 해양수산부의 산하 공공기관 14곳 중 11곳의 기관장자리를 해수부 고급관료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고, 각 기관의 주요 간부들 대다수가 역시 전직 해수부 관료들이라고 하니,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떻게 되어먹은 나라란 말인가? 경영업체는 뇌물을 바치며, 관리감독을 받아야 할 기관으로부터 오히려 비호를 받으면서, 아무 제재 없이 비상식적인 불법운항을 계속해 왔음이 밝혀지고 있으니,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필연적인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지금은 ‘정부산하기관들 전체가 마피아’ 라는 뜻으로 ‘관피아’라는 유행어가 나돌고 있을 정도이니, 이런 나라가 어찌 ‘미개한 국가’가 아닐 수 있으며, 우리가 ‘미개한 국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미개(未開)하다’는 말은 글자 그대로 ‘열려있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이토록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있는 우리나라를 가리켜 과연 ‘의식이 열려있는’ 개화(開化)된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국민은 눈이 멀어 제대로 현실을 보지 못하며, 귀가 막혀 들어야 할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입이 닫혀 나라의 주인으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꽉 막힌 사람들이요, 말 그대로 ‘미개한 국민’이다. 지금 현재 당면한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모습만 보아도,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너무도 ‘미개한 나라’임이 그냥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책임져야 하는, 국민의 머슴인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으며, 지금도 그들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일까? 어찌 정부뿐이랴! 사태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고 진상을 국민에게 바르게 보도해야 하는 언론은 또 어떠한가? ‘정예선’군이,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는데, 나는 말의 앞뒤를 뒤집어야겠다. “국가의 구성원은 국민인데, 국가가 이토록 미개하니, 우리 국민이 미개한 것 아닌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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