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또 다른 자아를 깨우는 촉매제다. 술이 들어가면 이상하게 억압되고 감추었던 또 다른 자아가 툭 튀어나오는 것을 느낀다. 술 자체는 나쁘지 않다. 아니,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그렇다. 사실 나쁜 물건 없고 나쁜 사람도 없다. 다만 나쁜 것에 사용 될 뿐이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술이란 서민들의 눈물이라 생각하고 있다.

잎새주 한 병을 앞에 놓고 구구절절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쏟아 놓게 만드는 마법이 술에는 들어있다. 그러나 그것도 습관이 되면 위험하다. 습관은 관성의 힘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팽팽해야 할 스프링이 관성의 성질을 잃게 되면 더 이상 스프링이 아니 듯이. 사람이 술을 마셔야지, 술이 사람을 마시게 되면 마음 역시나 관성의 힘을 잃게 되고 마는 법이다.

옛 선조들은 “주불강권(主不强勸) 객불고사(客不固辭)” 라고 했다. 술을 마실 때 집 주인은 억지로 권하지 말되 손님은 너무 사양치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고로 술은 마음의 윤활유쯤으로 여기는 게 좋겠다. 그리고 어긋난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데 술처럼 좋은  매개체도 없을 듯싶다. 詩聖 이택백은 술을 가리켜 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삼배통대도 일두합자연)이라고 읊었다. 술 석잔은 대도와 통하고, 술 한말은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잖아도 요즘 세월호 침몰 때문에 술기운을 빌리지 않고는 잠을 이루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데, 그래도 술은 적당히 마시는 게 좋다. 물론 ‘적당’이라는 말처럼 어려운 말도 없지만 말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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