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들꽃의 강인함과 가까이 있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시인은 노래했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고 눈길 한번 주지 않았지만 들녘에서 그들의 조화로운 존재의 아름다움을 누가 사랑스럽지 않다고 말할 수 있으랴. 아주 단출하고 간결한 시지만 이 시가 말하고 있는 시인의 소박한 생활과 읽을수록 감칠맛 나는 몇 줄의 시적 언어는 들꽃을 바라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풀밭에서 피워내는 꽃, 우리네 삶의 태도와 계절의 순환을 보여주는 한 편의 시가 준 경이로움은 5월의 들녘에서 바라보는 내 삶의 역습이다.

 

 오늘 오지마을 문해교육 봉사를 마치고 마을버스를 기다리다 풀숲에 숨어 있는 들꽃들을 가만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크고 화려한 꽃들만 바라보았던 나의 시야 한 가운데 초점을 흐리게 한 작은 들꽃들, 이름도, 모양도 다양한 꽃들이 조화를 이루며 풀숲에 자리를 잡고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것들에만 익숙해 있다. 사람을 평가할 때도 외향적인 모습이 아니라 만날수록 정이 들고 구수함이 묻어 나오는 사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향기와 빛깔이 묻어 나온다.

 

 몇 해 전부터 나는 들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인의 압화 작품을 통해 그려내는 들꽃이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들꽃의 이름을 찾아내고 카메라에 담으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크고 화려한 것들을 바라보며 스스로 좌절하고 아파하던 삶의 한 가운데서 들꽃을 통해 소소한 일상과 보잘 것 없는 내 삶의 소중함도 깨닫게 되었다. 누구나 화려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꽃피고 새 울던 봄날처럼 ….그러나 그 봄날이 얼마나 우리에게 머물러 있었던 것일까 생각해보면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지 오래도록 머물러 있지 못한 게 인생 아니던가? 들꽃처럼 오래도록 향기를 지니며 나의 소임을 다 하는 삶이 되고 싶다고 다짐해 본다.

 

 한 편의 문학 작품 속에서도 어렵고 난해한 시를 통해 삶의 고찰을 찾아낸다면 향기 가득한 꽃을 피워낸 친근한 시는 정신적 충족과 치유로 마음을 맑게 해준다. 또한 시인은 작품을 통해 독자들과 교감하고 정신적 충족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라는 걸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 속에서 새삼 깨닫게 된다. 보면 볼수록 우리의 영혼을 끌어당기는 들꽃들, 사람도 그렇다. 오래 볼수록, 자세히 알수록 점점 좋아지게 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고 오래간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비록 가난한 삶일지언정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며 영혼이 풍요로운 삶이 되고 싶다. 자연이 나에게 준 풍요로운 선물과 시적 언어를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려내는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을 오래도록 마음 밭에 가꾸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