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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살 꽃봉오리들을 너무도 억울하게 차고 어두운 바다 속에 수장시켜버린 세월호 침몰 참사를 보면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기성세대로서 깊은 반성과 참회의 고해성사를 하고 싶습니다.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의 이유가 그 영토 영해 안에 살고 있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전시 중에 휴전선을 그어놓고 남, 북이 대치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여객선 한척이 부주의로 사고를 당해 침몰한 그 재난을 처리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과연 우리에게 위급한 상황을 극복하는 재난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의문하지 않을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탐승객인원, 실종자숫자, 구조자 명단, 공식발표체계 등 아직 피지도 않은 꽃봉오리들을 이리 저리 꺾어 두 번 세 번 짓밟아 버리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국가를 믿고 애국하라고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칠 것인가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번 사고를 지켜보면서 작은 조직에서부터 국가기관까지 한사람의 지도자가 갖고 있는 책임감과 사명의식의 차이에 따라 그 조직과 기관 소속원들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선장이 조금만 책임 의식이 있었다면 적어도 선장의 본분만 다하였다 하여도 그 고귀한 아들, 딸들을 바다 속 깊숙이 매몰시키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 선장은 지금 살아있다 해도 살아있는 목숨이 아닐진대 어린 학생들을 비롯해 노약자, 승객을 차례로 구조시키고 마지막 배에서 나왔다면 자신의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했다면 그나마 그 어린 넋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열일곱이면 꿈에 부풀어 세상을 향해 자신의 포부를 세우고 장래희망을 설계할 인생의 가장 가치 있는 시기입니다. 어린 학생들의 가슴속에는 나라를 위해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 싶기도 하고 위대한 문화 예술인, 유능한 기업가가 되어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꿈을 키웠던 학생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공부해 부모님들의 희망이 되어준 학생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현실적으로 되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길을 원통하게 몸부림치다 숨을 거두어 버렸을 그 모든 영령들에게 과연 우리는 무어라 위로의 말을 전하고 어떻게 명복을 빌어야 할 것인가 망연자실해 집니다. 어린 영혼들이시여 세월호 침몰로 인해 목숨을 잃은 비통한 영령들이시여 부디 저 하늘나라에서는 안전하고 행복하게 여러분들의 못 다한 소원 꼭 이루시길 기원하고 염원합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우리들은 여러분들의 몫까지 더 열심히 일해서 그래도 사랑하고 지켜야 할 우리 조국 대한민국 더 튼튼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가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부디 이승의 아픔 다 잃어버리고 하늘나라 그 아름다운 곳에서 여러분의 꿈, 사랑, 우정 활짝 피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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