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눈물을 닦자고 하는 사람은 극한의 슬픔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 아직은 눈물을 닦을 때가 아니다. 지금은 모두가 함께 슬퍼하고 아파해야 할 때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다. 슬픔의 주기도 마찬가지다. 아직 배 밑창에는 우리 아이들이 갇혀있는데, 어떻게 눈물을 그치고 힘을 내자고 말할 수 있겠는가! 현실을 직시하자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공감능력이 한 없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냉철한 이성을 가지자고 말하는 사람도 그렇다. 그런 사람들은 세월호의 참사를 하나의 사고로 볼 뿐,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나는 이 번 사건을 보면서 가슴을 치고 또 쳤다. 아니 단장(斷腸)이 끊어지는 아픔을 느꼈다. 정말 이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지금 우리는 항의와 울분을 토하는 기도를 해야 한다. 그게 신 앞에 솔직하다고 할 수 있다. 솔직함이 구원이 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감추어할 때가 있고 울분을 토해야 할 때가 있는 데, 지금은 일방적으로 울분을 토할 때다. 토하지 않고 어떻게 이 아픔을 가슴에 담고 있겠는가. 신은 욕을 먹어도 싸며, 돈에 눈이 어두워 가지 말아야할 지름길을 택해 결국 엄청난 사고를 불러일으킨 자본의 노예들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 아니, 여전히 사건의 내막을 숨기고 조작하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우리나라 수준인지 묻고 또 묻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 우리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더 웃긴 일은 국민의 안전을 기한다고 행정자치부를 행정안전부, 이를 다시 안전행정부로 고쳤다는 사실이다. 깊은 고질병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이름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말이다. 지금 우리 정부가 섬기는 왕이 둘 있는데, 바로 우왕좌왕(?)이 그렇다. 이런 꼴을 보고 있노라니, 언제 또 이런 대형 참사가 터질지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아마 아이들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부모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엄마 아빠, 수학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라고 인사하며 문을 열고 들어 올 것 같은 착시 현상을 느끼게 될 것이다. 70대 늙은이도 이런데, 당사자들은 오죽하겠는가! 생각 같아서는 잠시 악몽을 꾼 것뿐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가슴이 너무나 일방적으로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