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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벗은 겨울나무들만이 타락을 모른다
강원도 인제로 떠났다. 한번 가면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기다리게 된다는 인제,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인제는 하얀 설원과 곧게 뻗은 자작나무가 백 작가의 눈을 황홀지경에 빠뜨렸다. 그럼, 이 맛에 사진 찍으려 다니지. 자작나무라는 이름은 태울 때 자작자작 하는 소리가 난다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중부 이북에 주로 분포하고 햇빛을 좋아하는 극양수(極陽樹)다. 재질이 단단하고 벌레가 먹지 않아서 건축이나 조각용으로 널리 활용되고 백화피(白樺皮)라고 불리는 순백의 껍질은 약재로 쓰인다.
요즘에는 도심의 가로수나 조경수로 쓰거나 대단위 숲을 조성해 관광상품으로 한몫하기도 하는데,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이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산림청이 지난 90년 초부터 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해 20∼30년생의 자작나무의 군락이 장관인데 다양한 탐방 코스와 프로그램으로 사계절 내내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겨울 자작나무 숲은 나목(裸木)의 아름다움 때문에 예술 작품의 소재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고은 시인은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라는 시를 통해 ‘자작나무 숲의 벗은 몸들이/ 이 세상을 정직하게 한다/ 그렇구나/ 겨울나무들만이 타락을 모른다/슬픔에는 거짓이 없다’ 고 읊었다. 아니, ‘키스’라는 그림으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도 자작나무를 회화에 많이 등장시켰다. 가끔씩 자작(自作)인생을 살지 못하고 가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훌쩍 자작나무숲을 한 번 다녀와도 좋을 듯싶다. /홍봉기 기자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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