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유배지라고 하면 대부분 ‘보길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보길도는 광양에서 해배(解配)된 이후 그 스스로 찾아간 ‘은거지(隱居地)’라고 해야 옳다. 하지만 광양에는 윤선도의 적소로 표시된 ‘유허지’ 하나가 없다. 다만 구전되어 온 이야기에 따르면 광양시 옥룡면 추산리 추동마을로 알려지고 있을 뿐이다.

이는 인근 주민들에게서 전해져오는 이야기와 해남 윤씨 종가의 주장에 따른 것인데, 2~3년 전까지 추동마을에 있던 윤선도의 딸 무덤을 종가에서 해남으로 옮긴 사실에서도 여실히 증명 되고 있다. 추동마을은 백운산 자락의 한 줄기로 이어진 야트막한 산 밑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미안하게도 윤선도가 머물렀다는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옛 ‘광양군지’에는 윤선도가 이곳에 유배되었을 때 재정이 어려운 광양향교의 운영을 위해 자기 재산의 일부를 기부했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이 역시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윤선도가 쓴 시문 중에 광양 유배 시절에 쓴 시 몇 수가 전해져오고 있을 뿐이다. 윤선도는 평생 3번에 걸쳐 유배 생활을 하였다. 옳지 못한 일을 보면 참지 못하는 강직한 선비정신을 갖고 있던 그는 세 번 모두 상소를 하였다가, 당시 당쟁이 심했던 관계로 반대파의 미움을 사서 귀양을 가야 했다.

30대 때 함경도 경원과 경상도 기장 등으로 전전하며 7년, 50대 때 경상도 영덕에서 1년, 그리고 70대 때는 삼수와 북청과 광양으로 유배지를 옮겨 다니며 6년간 귀양살이를 하였던 것이다. 통산 14년간 유배 생활 끝에 그는 광양을 마지막으로 해배되었는데, 그때 그의 나이 이미 81세였다. 유배 생활을 끝낸 윤선도는 해남에 1개월간 머물다가 보길도 부용동으로 들어가 은거하였다. 결국 광양이 그의 마지막 유배지가 된 셈이다. /홍봉기 기자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