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망은 이야기하지 馬시길!

올해가 청말띠해란다. 뭔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새로운 희망을 걸어보고 싶었던가보다. 왜 희망이 늘 미래시제로 찾아오는지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희망이 현실에서 성취되는 순간 그 희망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아껴두는 것이리라. 우리는 이런 이율배반 속에서 살다가는 존재들이다. 하긴 삶을 어떻게 언어로 다 설명할 수 있겠는가. 본질과 진짜 삶의 의미는 늘 언어 너머에 있게 마련.

그러나 희망과 달리 사랑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을 요구한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오로지 현재만 보이는 법이다. 사랑은 내일을 계산하지 못한다. 다만 ‘지금 이 순간만’을 전부로 여길 뿐이다. 이런 사랑 얘기는 오랜 과거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김유신과 천관녀의 사랑 얘기 또한 그렇다. 특히 이뤄지지 못한 사랑은 시대를 불문하고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법이다.

지금도 그녀는 술을 팔던 천한 기녀로 알려져 있다. 1500년 전, 목숨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던 천관녀... 김유신과 천관녀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술에 취한 김유신이 말을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 도착한 곳은 사랑하는 여인 천관녀의 집. 결국, 김유신은 자신을 그곳으로 이끈 말의 목을 베어버리고 만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단행했던 것이다. 그토록 아꼈던 자신의 말의 목을 베었으니 그의 결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왜 아끼던 충마(忠馬)의 목을 베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천관녀와 사랑이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미리 그렇게 단절을 선언했는지 모른다.

말은 아주 영특해서 주인의 마음을 읽는다고 한다. 김유신 말도 결국은 주인의 마음을 제대로 읽었던 대가를 고스란히 치뤘던 셈이다. 갑오년 말의 해, 백억선 작가 역시 제주도를 찾았다. 역동적인 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그런데 날씨가 협조를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동화속의 나라에 담겨 있는 듯한 말의 이미지를 담았다. 그래도 하얀 설원 위를 달리고 있는 말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어떤 절망도 모두 이겨낼 것 같은 힘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홍봉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