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껏해야 그리움 몇 줌 남길 뿐
법정스님 다비식 장면을 티브로 훔쳐 본 적이 있다. 스님은 마치 장작더미 위해서 마지막 수행을 하는 듯 보였다. 조금 있자, 젊은 스님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스님, 불들어 갑니다" 이 소리를 듣는 순간 내 눈가에서 뭔가가 핑하고 돌았다. 스님, 불들어 갑니다...

그랬다. 우리 생이란 반짝하고 타들어가는 불꽃에 다름이 아니다. 때로는 불나방을 어리석다고 손가락질 하지만 우리들 역시 얼마나 자주 불나방이 되어야 했는지 모른다. 알고 보면 우리 몸 구석구석도 인화물질이다. 욕망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해 헛짚은 마음들 하며, 만약 지금 마음을 보여 줄 수만 있다면 온통 그을림 투성일 것이다.

그렇다. 스님들만 화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살았을 때는 마음의 화장(化粧)을 하느라 바쁘고 죽어서는 또 화장(火葬)을 통해 재로 돌아가야 한다. 그토록 집착하던 재물과 욕망도 모두 두고 그렇게 떠나야 한다. 고승들이야 사리를 남긴다지만 우리 같은 범속한 인간들은 그저 상처와 그리움 몇 줌 남길 뿐이다. 맞다, 사랑 역시 거룩한 다비식이다. 나의 전부를 태워 당신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어 하는 것이니까.

/홍봉기 기자

당신이 사라지자

삶의 모든 의미도 함께 사라졌지요

아름다운 꽃도 향기를 잃었고

빛나던 태양은 암흑이 되고 말았지요

이제 알겠어요

당신의 사랑이 우주라는 것을요

당신의 사랑이 영혼이라는 것을요

당신이 사라짐과 동시에 나 역시

살아갈 힘을 잃고 말았지요

우주가 한 순간에 사라진다는 것

다시 절감하게 되는 군요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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