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다/    詩천양희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황새와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는 낙타와

일생에 단 한번 울다 죽는 가시나무새와

한 꽃대에 삼천 송이 꽃을 피우다

하루만에 죽는 호텔펠리니아 꽃과

물 속에서 천 일을 견디다 스물다섯 번 허물 벗고

성충이 된 뒤 하루만에 죽는 하루살이와

울지 않는 흰띠거품벌레에게

나는 말하네

견디는 자만이 살 수 있다

그러나 누가 그토록 견디는가

견딘 자에게는 독특한 생의 香氣가 나는 법

살다보면 견디는 것밖에 다른 방도가 없을 때가 있다. 견딘다는 것은 약자들의 언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까. 비정규직은 특히 더 그렇다. 자본 사회회서는 견디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도 있다. 약자들은 이러한 견딤을 통해 더 강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견디다라는 말은 굳건할 견 (堅)자에 '디디다' 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견디다'는 영어 의미는 훨씬 그 뜻이 명확하다. withstand=with+stand이기 때문이다.

견딘다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 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서로 함께 할 때 굳건하게 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지금 시인은 아주 나약하고 연약한 것들에게 눈길을 주고 있다. 이 시를 읽는 독자가 감동을 받게 되는 이유는 그 하찮은 것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읽어내기 때문이다. 모두가 크고 화려한 것을 추구하지만 시인은 이렇게 낮고 보잘것없는 것들에게 관심을 두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사람들에게 가장 혐오감을 준다는 바퀴벌레 새끼가 컴퓨터 자판 위를 겁 없이 기어 다니고 있다. 그 하찮은 미물도 이렇듯 나름대로 견디며 생을 이어가고 있는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더 이상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세상에, 하루살이는 물속에서 천 일을 견디며 스물다섯 번이나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된 뒤 하루만에 죽는다 하지 않는가. 그런 뜻에서 아름다운 삶이란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견디며 忍生을 살아나가는 사람들이 아닐는지. 온실속의 꽃보다 야생화 향기가 찐하듯이 고난을 온 몸으로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감히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 사람만의 독특한 생의 향기가 나는 것은 아닐까? /홍봉기 기자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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