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인생살이에는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슬픈 마음을 가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기쁨을 원하고 슬픔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청년 예수는 우리에게 “슬퍼하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누가 슬퍼합니까? 불행을 당한 사람 아닙니까? ‘슬퍼하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말은 분명히 역설입니다. 슬퍼하는 마음은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또는 ‘무엇인가가 절실하게 필요한데 그것이 없음을 느낄 때’ 생겨나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는 “슬픔은 귀한 것을 잃었을 때에 느끼는 감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 “우는 사람은 행복하다.” 는 것입니다. 슬픈 감정은 자연스럽게 눈물을 수반하게 됩니다.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다양한 감정을 또한 필요로 합니다. 사람에게는 기쁨이나 웃음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슬픔과 눈물도 필요한 것입니다. 신체가 건강하기 위해서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처럼, 건전한 영혼으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감정체험이 필요합니다. 기쁨과 웃음이 인간정신의 ‘영양제’라고 한다면, 슬픔과 눈물은 마음의 ‘청량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명한 철학자인 프란시스 베이컨(F. Bacon)은 “초목은 성장하기 위해서 이슬에 젖고, 인생은 성숙하기 위해서 눈물에 젖는다.”라는 멋진 말을 했습니다. “슬퍼하는 사람이 행복하다.” 또는 “우는 사람이 행복하다.”라는 말이 ‘역설’로 들리는 것은 우리의 편견 때문입니다.

삶의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지 않고 살 때, 우리는 무턱대고 기쁨과 웃을 일만 생기기를 원하게 됩니다. 그런 삶을 지속하다 보면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천박한 쾌락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기쁨과 웃음은 우리가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이지만,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슬픔과 눈물 또한 내적 성숙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슬퍼한다’(pentheo)라는 단어는 ‘한탄한다’, 또는 ‘호소한다’ 라는 뜻을 함축하는 말입니다.

일상적으로 겪는 불쾌함에서 오는 가벼운 슬픔이 아니라, 세상이 뒤집힐 만큼 엄청난 충격에 부딪쳐 일어나는, 감당할 수 없는 절박하고 격렬한 고뇌에서 일어나는, 깊은 슬픔을 의미합니다. 굳이 한자로 옮기자면 ‘애통(哀痛)한다’라는 뜻과 같습니다. 창자가 타는 것 같은 진한 슬픔이라는 말입니다.

흘러간 팝송 중에, Skeeter Davis가 부른 ‘The End of the World’라는 노래가 한국에서도 크게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에 실패한 사람이 절규하는 슬픈 노래입니다. 가사 내용은 이렇습니다: “왜 태양은 계속 빛나고 있는가? 파도는 왜 계속해서 밀려오는가? ......저들은 ‘세상이 끝나버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그대가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을 자기 삶의 모든 것으로 여겼던 사람, 그 사랑이 깨지는 순간 그에게는 자신의 삶 자체가 사라졌음을 느낍니다.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어졌고, 세상은 그것으로 끝이 난 것입니다. 그런데도 세상은 여전히 변함없이 그대로 굴러갑니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내 삶의 모든 것이 사라졌는데도 세상이 계속되다니! 무의미한 삶이 반복되다니! 이런 절박한 심정이 바로 ‘슬퍼하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문제는 슬픔이 슬픔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슬픔 속에서 자신의 영혼을 드려다 보고 삶의 깊은 의미를 다시 발견해야 하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자신의 진실된 영혼과 마주할 때 슬픔은 비로소 기쁨으로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새해에도 슬픈 일이 많이 일어나겠지만, 그 때마다 자신의 영혼을 마주할 수만 있다면 슬픔은 자신을 성숙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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