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제철소가 건설되기 시작할 당시 제철소 직원들은 주로 금호 마을에 머물렀다. 아직 주거 환경이 턱없이 열악했지만 산업건설의 역군이라는 사명감 앞에 그런 환경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故 박태준 회장은 직접 배를 타고 다니면서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제철소가 건설될 부지 전체가 뻘밭이라 지반이 얼마나 견고한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한번 결정된 상황을 번복 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영일만 제철소를 건설한 경험은 큰 힘이 되었다. 연약지반에는 대형 파일을 박으면 간단하게 해결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든 지질 조사를 끝내자 본격적으로 파일을 박기 시작했다. 파일 박는 소리는 밤낮으로 쉬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당시 직원들은 금호 마을에서 하숙하거나 합숙을 하면서 출퇴근 했다. 겨울 추위는 생각보다 매서웠지만 이들의 열정을 식히지는 못했다.

우리 기술로 세계 제일의 단일 제철소를 건설한다는 자부심은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그러나 반면에 금호 주민들은 가슴이 아팠다. 이주가 결정돼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금호 주민들은 비록 떠날 때는 떠나더라도 마지막까지 어업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제철소 직원들이 출근하는 등 뒤로 마지막 해태를 말리고 있는 모습이 그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제철소 직원들 옷 색깔과 김 색깔이 너무나 유사해 보인다. 광양제철소가 완공 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우리 모두가 하나로 힘을 모았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홍봉기 기자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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