綠蟻新? 酒(녹의신배주) :새로 담근 술 익어 거품 오르고
紅泥小火爐(홍니소화로) :작은 화로에는 숯불이 붉네.
晩來天欲雪(만래천욕설) :눈이 나릴 것만 같은 이 저녁
能飮一杯無(능음일배무) : 어여 와서 술 한 잔 하지 않으려는가?
詩 백거이 
 

술고픈 세상이다. 사는 게 허무하거나 삶이 힘들 때 벗과 한 잔씩 마시는 술은 마음의 진통제가 되기도 한다. 작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신 맥주는 한 사람당 89병을 마셨다는 기사를 읽었다. 좀 지나치다 싶은 생각도 없잖아 있지만, 알고 보면 술로 버티는 사람도 꽤나 되지 싶다.

나야 술은 젠뱅이지만 가끔씩은 알코올이 내 생각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 줄 때가 있음을 경험하곤 한다. 물론, 과유불급이라고 했듯이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한 법이지만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법이다. 다만, 너무 취(醉)하면 스스로 추(醜)해지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는 있다.

흔히 술 태백이라고 불렸던 이태백은 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삼배통대도 일두합자연)이라고 노래했다. 즉, 술 석 잔이면 도와 통하고 술 한 말이면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나야 그런 경지까지는 꿈도 꾸지 못하겠지만, 요즘 같은 겨울 끝물에는 친한 벗을 불러 술잔을 주고받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시를 음미하는 것도 운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읊어본다.

(이 시에서 말하는 녹의(綠蟻)는 술 빚을 때 생기는 구더기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막걸리에 뜬 밥알을 의미함) 솔직히 이런 문자라도 한 통 받는 날이면 당신은 어떠하겠는가. 나는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겠다. 그 순간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우정을 마시는 것일 테니까. 아, 정말 절창(絶唱)이아닐 수 없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