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의 시집 원고를 보관했던 정병욱 생가를 찾아간 날에는 진눈깨비가 내렸다. 마치 나라 잃은 서러움에 눈을 감기 힘들었던 시인의 아픈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그러잖아도 요즘 정병욱 생가를 관광자원으로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하게 윤동주 유고 원고가 발견 되어서가 아니라, 가옥 자체가 근대적인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윤 시인인 광양을 직접 찾아 왔다가 머물고 갔는가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설이 많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정말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윤동주 유고집이 바로 정병욱 가옥 때문에 빛을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 아니겠는가.

윤동주는 자신의 시집을 직접 자비로 한정 출판해 친한 몇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유일하게 남은 육필원고는 정병욱 가옥에서 발견한 것이라고 하니 그 가치는 참으로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일개 시인의 시집 한 권이지만, 그 시집이 내포하고 있는 정신문화적인 가치를 생각하면 도저히 돈으로 환산할 없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읽으며 마음을 닦아 세웠고 또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함께 간 일행들은 정병욱 가옥 내부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유리창에 바짝 눈을 갖다 댔지만, 아직 내부는 이렇다 할 무엇은 없었다. 서둘러 생가를 복원하고 또 관광자원화 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봉기 기자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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