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 수 번역가

70줄에 이르고 보니 사람이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공자님이야 배우고 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고 했다지만, 어디 이 말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나는 그동안 가르치는 일에 모든 인생을 다 소모했지만, 여전히 '배울 學'이라는 글자 앞에서는 한숨이 나올 뿐이다. 배움이라고 하는 게 워낙 광범위해서도 그렇지만, 도대체 근대교육이 우리들에게 가르쳐 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그저 절망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솔직히 말해 아이들을 가르친다기보다 아이들을 혹사하고 있다는 게 바른 표현일 것이다.
소위 말하는 주입식(注入式) 교육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주입은 말 그대로 그릇에 물을 쏟아 붓는 것인데, 지금도 우리는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아이들 머릿속에 그처럼 지식의 물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어떻게 제정신으로 생활할 수 있겠는가. 특히 요즘 아이들이 습득해야 하는 단편적인 지식이 보통 많은 게 아닌데, 이젠 그런 지식을 머릿속에 담아둘 필요가 없게 됐다. 인터넷을 활용하면 그 때 그 때마다 얼마든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이런데도 여전히 학교교육은 전근대적인 교육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인성교육이 무너졌다고 아이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가르침(敎)과 가르킴(指)에 대해 명확히 인식 해둘 필요가 있다 하겠다.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일 수도 있겠지만, 가르친다는 의미는 농경사회에서 파생한 말이다. 말 그대로 땅에 곡식을 심기 위해 밭을 갈라 고랑을 낸다는 뜻과 동일하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마음의 밭을 개간해 좋은 성품을 길러내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란티어로 밭고랑을 파구스(pagus)라고 하는데 이 낱말이 바로 페이지(page)라는 말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교육은 아이들의 마음 밭을 일구는 게 아니라 오로지 머릿속에만 담아주려고 하다 보니 자꾸만 어긋나게 된 것이다.
내 생각에는 진짜 교육은 가르침(敎)보다 가르킴(指)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먼저 살아온 어른들이 '나처럼 살아야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삶의 올바른 이정표를 정확하게 가르켜줘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보니, 모 재벌 며느리가 꼼수를 써가면서까지 자기 아이들만은 최고의 교육 혜택을 받게 하려다 망신을 사게 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기주의 부모 밑에서 배우고 자란 아이가 나중에 커서 동일한 방식으로 자기 자녀를 교육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니겠는가. 앞으로 우리는 조금 더디더라도 아이들의 마음 밭을 정성스럽게 치고 그 속에 고운 심성의 씨앗을 뿌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아이들의 마음 밭을 황폐화 시켜서는 안 된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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