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성 호 국립순천대박물관장

지난 6월 24일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삼보사찰의 하나인 승보종찰 송광사 성보박물관과 우리 대학박물관이 상호 협력협정을 맺었다. 그동안 같은 순천시 관내에 위치하면서도 송광사와 교류가 거의 없었다. 이번 MOU를 계기로 해서 송광사 성보박물관 및 송광사와 순천대학사이에 연구, 교육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졌으면 좋을 것 같다.
송광사는 많은 훌륭한 스님을 배출한 한국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합천 해인사가 팔만대장경으로 유명한 법보 사찰이고, 양산 통도사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 사찰인데 비해, 송광사는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큰 스님들을 배출한 승보 사찰이다. 송광사는 16국사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에 와서도 효봉스님, 구산스님, 법정스님같은 큰 스님들의 활동무대가 되었다.
통일신라 말 혜린선사가 지금의 절터를 잡고 산 이름을 ‘송광산’으로, 절 이름을 ‘길상사’로 지어 창건했다. ‘송광산’이 ‘조계산’으로, ‘길상사’가 오늘날의 ‘송광사’로 이름이 바뀐 것은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스님(1158-1210)에 이르러서이다. 지눌 스님은 당시 고려불교가 지나치게 세속화되어 제대로 종교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부분을 비판하면서 ‘정혜결사’를 결성하여 불교를 새롭게 중흥하였다. 이후 송광사는 여러 차례의 중창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고 수많은 국보와 보물급 문화유산을 지닌 중요한 사찰로 발전하였다.
한국불교가 중국불교와 다른 독자적 길을 걷게 된 대표적 계기의 하나로 보조국사의 불교사상을 들 수 있다. 보조국사는 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인 조계종을 일으키신 스님이다. 보조국사는 영향받았던 선사상과 화엄교학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하여 정혜쌍수, 돈오점수, 선교일치의 사상을 새롭게 주장하였다. 이러한 사상은 당시 귀족불교로 인한 병폐로 고통받았던 고려사회의 불교를 정화하고 대중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이러한 사상은 당시뿐만 아니라 주요 종교들의 비리와 부패가 사회적 비판대상이 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한국은 1945년 해방이후 경제발전과 사회민주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드문 사례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우수한 전통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내외부의 인식은 아직 크지 않다. 따라서 오늘의 우리를 만드는 데 기여해 온 전통문화 자산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체계화하여 세계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상의 하나로 한국의 독자적 불교문화유산을 들 수 있다.
한국불교는 일제 식민지시기를 거치면서 현대적 학문체계로 재해석되고 발전될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한국불교 문화와 사상은 불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 일반 학계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전남동부지역에 위치한 국립순천대학교도 한국불교의 대표적 문화유산의 하나인 송광사를 포함한 지역의 불교문화 및 사상에 대한 연구를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송광사는 1987년 보조사상 연구원을 창립하여 지난 25 여년 동안 월례발표회, 학술대회, 학술논문집 발간 등을 통해 보조사상 연구를 체계적으로 진행해왔다. 작년에도 ‘승보종찰 송광사의 위상과 미래’라는 제23차 국내학술대회가 송광사에서 열렸다. 그동한 학술적 교류가 거의 없없지만, 이번 MOU를 계기로 하여 보조사상연구원 국내학술대회를 순천대학교 박물관에서 공동개최하거나, 보조국사 사상이나 한국불교관련 연구를 순천대학교와 공동으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순천대학교도 지역의 불교연구에 대해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워 체계적으로 지원해나갈 필요가 있다. 불교에 관심있는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순천대학교 내에 ‘불교문화연구소(가칭)’를 설립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광양시에도 도선국사가 활동하였던 옥룡사라는 훌륭한 불교전통문화유산이 있다. 순천대 박물관은 옥룡사 발굴을 주도하였고, 옥룡사 관련 유물이 순천대 박물관에 현재 전시되고 있다. 광양시도 관광문화 자원 개발과 지역전통문화 육성의 일환으로 불교문화의 보존 및 연구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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