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환 익 광주은행동광양지점장

인간은 '방랑'에 대한 동경과 '고향'에 대한 동경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고향은 마음의 탯줄과 같기 때문에 타향살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그리움의 대상이 되곤 한다. 동물들도 죽을 때가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듯이 사람 역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나는 청소년 때부터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주로 생활했는데, 교육여건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 순간도 고향을 잊어본 적은 없었다. 내가 초.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내 고향은 전형적인 시골 그 자체였다. 신작로가 있긴 했지만 늘 자갈과 흙먼지가 뿌옇게 뒤덮여 있었을 뿐, 마을은 늘 조용했다. 그래서 얼른 중학교를 졸업하면 도회지로 나가야지 하는 생각 밖에 없었다. 도회지라고 해 봐야 대체적으로 순천 아니면 광주였지만, 그 당시(70년 말) 내 눈에는 상당히 큰 도시로 보였다. 어쩌다 흑백 텔레비전에 비치는 대도시 모습들을 보노라면 늘 근사한 동경심을 품게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도 출세하면 저렇게 멋진 도시에서 살아야겠다'고 수없이 마음을 다져 먹기도 했다. 실제로 좀 간푼 축에 속하는 친구들은 부산으로 또는 광주로 가출(?)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래봐야 며칠 되지 않아 부모님 손에 이끌려 고향으로 되돌아오곤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처럼 화려한 도시문화를 동경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 마치 연어가 알을 산란하기 위해 자기가 태어난 장소로 회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결과 지금은 주변에 제법 많은 친구들이 함께 모여 재미있게 살고 있다. 나 역시도 광양지점으로 발령을 받고나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고향을 위해 조금이라도 헌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고향을 위해 거창한 것을 해 주지는 못하지만, 내가 선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은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렸을 적 친구들이 이렇게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배경에는 역시 광양제철소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최대 단일 제철소가 건설되면서 우리 고향은 빠르게 성장했고 그 덕분에 대부분 친구들이 고향에서 경제적인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해 광양시는 지리적인 여건 하나만 보더라도 남중권의 중심축이라 앞으로도 잠재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편이다. 특히 요즘 같은 피서 철에는 우리 고장의 위대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빼어난 4대 계곡은 인근 도시로부터 부러움의 눈길을 사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문화 인프라가 인근도시보다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또한 하나씩 극복해나고 있기 때문에 몇 년 지나지 않으면 광양 역시 문화도시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서울에 사는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다.
피서기간 동안 광양 계곡에서 머물고 싶은데 펜션이라도 하나 잡아두라고 말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광양에서 태어나 자라고 또 고향에서 직장생활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가지면서 내 평생 광양을 자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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