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성 호 국립순천대 박물관장

우리박물관은 2012년 이후 지역 청소년들의 역사체험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 중에서 전남도교육청 방과후 사업단 위탁을 받아 운영했던 꿈나라 토요 역사문화탐방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순천대 박물관이 성공적으로 운영한 이 프로그램은 2013년 전남교육청 본예산에 반영되어 올해부터‘라온 역사·문화 탐방’으로 확대 운영되게 되었다.‘라온’은 즐겁다는 뜻을 지닌 순수한 우리말이다.
작년에 꿈나라 역사문화탐방이 전남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운영되었던 데에 비해, 올해 라온 역사문화탐방은 전남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으로 나누어서 진행된다. 작년보다 전남동부지역 학생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박물관은 전남동부 지역을 6개 주제로 나누어서 초중등 48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화순지역의 고인돌을 중심으로 한‘선사시대와 고인돌’, 광양 마로산성을 중심으로 살펴보는‘전남의 산성문화’, 순천 송광사에서 진행하는‘전남에 핀 불교의 꽃’, 여수에서 살펴보는‘충무공과 호국정신’,순천 낙안읍성에서 체험하는‘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상’, 광양과 구례를 중심으로 매천황현 선생을 배우는‘매천 황현을 만나다’등이 그 주제들이다.
박물관은 이미 두 번에 걸쳐 화순 고인돌 공원과 광양 마로산성을 방문하였다. 지난 5월 18일 광양 마로산성을 방문해서 60여명의 초 중등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마로산성은 해발 208.9m의 마로산 정상부에 위치한 산성이다. 백제시기에 국경지대를 지키기 위해 세워진 이 산성은 수륙교통의 편리함과 주변 지역을 한 눈에 감시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있다. 마로산성은 많은 백제시기 중요한 유물이 발견되고,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지니고 있고, 다양한 집수시설 들이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동행한 역사전문가가 학생들에게 마로산성의 의의에 대해 설명한 뒤에, 학생들은 10 여명씩 조를 나누어 마로산성의 곳곳을 답사하고, 백제시기 기와들을 직접 실측하였다. 사방으로 탁 트인 마로산성 정상에서 진행된 역사체험교육은 아이들에게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작년 가을에 완도 청해진에서 역사문화탐방에 참여한 학생들이 기뻐하던 모습을 여기 광양 마로 산성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광양 마로산성은 완도 청해진에 비해 몇 가지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광양 마로산성 바로 밑에 있는 주차장까지 대형 버스 진입이 쉽지 않았다. 두 대의 버스 중 한 대만 들어갈 수 있었고, 절반의 학생들은 걸어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의 항의하는 모습도 보기가 좋지 않았다. 마로산성으로 들어가는 마을 앞 진입로를 새로 개설하면 안전하고 편안한 답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청해진 성터는 잘 조성되어 있어서 초중등학생들을 지도하는데 부담이 적었다. 주차장에서 마로산성 올라가는 길이나 마로산성내부에서 이동하는 통로들이 아직 완전히 정리되어 있지 않아 학생들을 인솔하는 데 신경이 많이 쓰였다. 마로산성 내부와 주변 환경을 더 정비해서 학생들이 보다 안전하게 답사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셋째, 광양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마로산성을 광양시를 넘어 전남지역과 전국지역에 흥보할 필요가 있다. 마로산성은 백제시기 산성을 체험하게 해줄 수 있는 대표적 역사관광 교육자원이기 때문이다. 또한 광양마로산성을 직접 발굴하고 관련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순천대박물관과 광양시 사이의 상호 협조는 마로산성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부분들이 보완되어 다음에 편안한 마음으로 마로산성을 방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올해 11월 16일에 박물관은 매천 생가를 방문하기 위해 광양지역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 광양의 매천 생가, 구례의 매천사, 순천대 박물관의 매천실(개관예정) 등으로 이루어진 역사문화탐방을 통해 광양지역의 품격있는 선비문화가 전남동부지역 학생들에게 확산되었으면 한다.

데스크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