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수 푸르덴셜 잠실지점장

최근 들어 가계부가 다시 팔리고 있다 한다. 90년대 중반이후 우리의 기억에 거의 사라진 물건이었던 가계부. 대한민국의 '베이비 부머'가 가난한 부모세대처럼 살지 않으려고 사회진출과 함께 써 보다가, 언제부터인가 손에서 놓아버린... 그리고 은퇴를 앞둔 시간. 그나마 할 수 있고 잘 하는 유일한 특기, 근검절약 ! 부모를 부양해야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서 버림 받을 첫 세대, 바로 대한민국의 베이비 부머인 그들이 근검절약의 재무관리인 가계부를 다시금 손에 든 것이다.
가계부를 쓰는 것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소득의 상승 기대가 적어진 만큼 지출을 통제하는데 가장 유용한 수단 중에 하나라는 것에 동의하지만, 필자는 좀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재무관리 기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4:3:3 이라는 지출의 구성비율을 점검해 보라는 것이다. 4:3:3의 원리란, 소득 중 40%를 현재 경제활동기의 생활비로, 30%는 자녀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소비와 저축으로, 마지막 30%는 은퇴 후를 위한 투자로 구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일생 90년 중, 태어나서 청년기까지 부모의 보살핌으로 성장했듯 우리 또한 자녀를 양육하고 교육, 결혼시키는데 30%를 써야하지 않겠는가? 만약 자녀가 없다면 현재의 생활이나 은퇴 후를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가?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은퇴준비를 위해 소득의 30%는 반드시 투자하여야 한다. 불가능하다고? 아니다. 가능하다. 월 1회 한달 간의 지출 내용을 지출의 속성으로 분류해 보고, 가이드로 제시하는 4:3:3에 맞추려는 노력을 해 보라. 가계부를 일일이 쓰는 것 대신 활용해 보기를 추천한다. 아니 꼭 실행해보라.
‘재무관리'라는 말은 '재테크'와는 다른 개념이다. 재테크는 더 많은 수익을 얻는 것으로 순위가 매겨지지만, 재무관리는 '재정적 안정'과 '마음의 평화'라는 다소 정성적인 가치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재물에 집착하지는 말되 가난해지지도 말자라는 삶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재무관리에 있어 4:3:3의 밑그림을 그리라는 것은 바둑에서 포석과 같은 것이다. 포석이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포석에 실패한 바둑은 이후 이를 만회하기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위험한 싸움을 수없이 걸어야 한다. 결국 종반에는 극단적인 모험을 해보다 쓸쓸히 돌을 던져야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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