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기 기자

한 마디로 부러움 그 자체였다. 나 역시 강원도 산골까지 민물낚시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미 눈치 챈 사람은 알겠지만,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장을 놓고 하는 얘기다. 어떻게 인구 2만5000여명에 불과한 작은 군이 이렇게 대박을 터트렸을까. 거기에다 올해는 또 15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 올 거라고 하니 대박도 보통 대박이 아니다. 물론, 낚시 하나만 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 것은 아니다. 주변 경관도 그렇고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축제의 재미도 이만저만 쏠쏠한 게 아니다.

특히 집 나서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이곳을 한 번 찾았다 하면 해마다 또 가자고 조른다 하니 그저 부럽고 또 부러울 뿐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산천어 축제가 대박 행진을 한 것은 아니다. 10년 전 첫해에는 겨우 22만 명이 찾았을 뿐이다. 그 당시엔 지역주민들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누가 이 깊은 산골까지 얼음낚시하러 오겠느냐는 것이 그 이유였단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영 딴판이다. 올해도 화천군 시민사회단체 36곳의 회원 3천여 명이 자원봉사를 하는 등 지역민들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치고 있다.

얼음낚시와 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먹을거리도 모두 시민사회단체들이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다. 또한 거기서 나오는 수익은 김장 나누기와 연탄 봉사, 장학금 등으로 다시 지역에 되돌려주고 있다. 모든 주민들이 하나가 돼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셈이다. 3년 전부터는 축제 때가 되면 화천읍 중심가에 선등거리를 꾸미는 등 관광객 발길을 붙들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댔다고 한다. 낮에 얼음낚시를 즐긴 사람들은 저녁을 먹고 지역 특산물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시킨 것이다.

거리에 매달아 놓은 산천어 모양의 등(燈)은 지역 노인들이 손수 만든 것으로 노인들은 이런 일을 하며 돈까지 벌게 되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닌 모양이다. 가장 골칫거리로 등장하는 바가지요금도 없다. 그렇다 보니 재방문율이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산천어축제는 화천군이 ‘지역상품권’이란 아이디어를 처음 등장시킨 지역축제로 잘 알려져 있다. 관광객에게 얼음낚시 입장료를 받는 대신, 그 금액만큼 지역상품권을 주는 등 1석3조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강원발전연구원은 방문객이 1인당 평균 6만5000원을 쓰고, 직간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가 995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지금 우리 광양시가 발굴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이지 싶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엉뚱한 곳에 예산을 쏟아 부으며 낭비만 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지역 환경을 최대한 살리는 창의적인 관광 상품이 대세인 시대가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마 광양시도 기획만 잘하면 그런 관광 상품 하나쯤은 충분히 만들어 내지 싶은데, 이는 지나친 욕심에 불과한 것일까? ?

홍봉기 기자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