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수 목사

지난해 대선 선거로 인해 받은 충격이 이제야 조금 가라앉는 것 같다. 대선이 남긴 상처는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지만, 승자들은 여전히 승리감과 자기도취에 취해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야당이다. 그동안 야당이 보여줘야 할 색깔을 완전히 상실한 느낌이다. 국회의원 연금법만 해도 그렇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연금법은 모든 국회의원들이 65세부터 죽을 때까지 한 달에 120만원씩 받는 제도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 이 법안폐기를 위해 의식 있는 사람들이 촛불집회를 벌이며 연금법철회를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는가. 지금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누리고 있는 권한은 현재 존재하는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슬그머니 연금법 통과에 찬성을 하고 말았다. 내가 열 받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야당조차 은근히 동조를 했다는 사실이다. 설령 자본이 그렇게 좋다 해도 야당만큼은 연금법을 강력하게 반대했어야 옳았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물론 몇 의원들이 흉내만 낼 뿐 결국 치열한 몸싸움하나 없이 어물쩍하게 넘어 가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국회의원 한 사람이 도대체 얼마의 연봉을 받고 있는지 검색해 보았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연봉은 1억3천4백만원을 지급받고 있었다. 월급여로 따지면 1천백만원이 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하루 일당으로 치면 36만원꼴이다. 물론, 사소한 경비조차 자기들 돈으로 쓰지 않는다. 거기에다 후원금까지 계산 하면 실로 대단한 급여를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국회의원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세상에 이 보다 더 좋은 직업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개혁이 더딘 곳이 국회와 교육이라고 한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 두 가지가 가장 개혁의 선봉에 서야 함에도 구태의연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턱이 있겠는가. 새해 들어 이렇게 쓴 소리를 하는 것은 지금 국민들은 경제 불황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죽을 맛인데, 소위 백성을 위한다는 정치인들은 해도 너무한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이 있다. “악의 승리에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한 사람들이 수수방관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자꾸 이런 일에 눈을 감게 되면 결국 악을 지원하는 셈이 되고 만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내가 정치에 무관심할 수는 있지만 정치는 나에게 무관심 하지 않다는 것과, 우리가 먹고 살며 숨 쉬는 모든 것이 다 정치행위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처형 된 것도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예수가 늘 약자 편을 들면서 바닥인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자 정치인들이 예수를 두려워한 나머지 서둘러 제거할 구실을 찾았던 것이다.
시대가 흘러 예수의 현실 참여는 희석시킨 채 오로지 믿음의 대상으로만 예수를 이용을 하고 있으나, 성경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본다면 예수의 정신을 올바르게 깨우치게 될 것이다. 그 당시 예수는 목숨을 걸고 약자들을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옹호 했으며 그게 바로 십자가의 사랑으로 나타난 것에 다름이 아니다. 현실을 외면한 종교는 아편에 불과하다. 당신이 두 눈 부릅뜨며 정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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