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빈 에세이스트

요즘 사람들은 책을 거의 읽지 않는 것 같다. 지금까지 그 이유 중에 텔레비전과 인터넷, 컴퓨터게임 등의 영향이 크다 말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손바닥 위의 스마트폰이 추가되었기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더욱더 책을 읽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때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라 이름붙이고 정부는 물론 각급 학교까지 나서서 독서를 권장했다. 하지만 이런 독서의 계절은 언제부터인가 아예 사라지고 없다. 지난 연말과 올해 초처럼 열흘 가까이 폭설과 혹한이 온 국토를 뒤덮었을 때 외출을 삼가고 집안에 있으면서 독서를 했다면 아주 이로운 시간을 보냈을 텐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앞에 예를 든 것처럼 집안에서 텔레비전 시청과 컴퓨터게임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독서는 다른 매체와 달리 사람들에게 다양한 지식과 풍부한 감성을 가져다준다. 꾸준히 책을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생각의 깊이뿐 아니라 대화를 할 때도 확연히 다르다. 사소하게 느껴지는 일상의 주제를 놓고 대화를 하다보면 대화의 격이 다름을 느끼게 된다. 개그콘서트나 요즘 아이들이 잘 쓰는 유행어 등을 남발하여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단편적이고 단순한 대화가 아니다. 한 사건을 똑같이 보고 느꼈는데 그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렇듯 독서는 사람의 생각과 언어를 폭넓게 변하게 한다. 수많은 책을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명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나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책을 읽는 사람에 비해 세 가지 정도를 피해본다고 생각한다.
첫째, 자기 자신에게 자신도 생각하지 못할 큰 피해를 가져다준다. 사람을 세상에 심어진 나무로 비교해보자. 모든 나무는 적당한 햇볕과 바람과 물을 공급받아야 잘 자랄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나무는 성장을 멈추거나 기형적으로 자랄 것이다. 사람이 책을 읽지 않음으로써 가져올 병폐 또한 그런 것이 될 듯하다. 자기 자신에게 좋은 양분의 양식을 줘서 잘 자라게 해야 하는데 그 양분과 양식을 끊어버리는 것과 같다.
둘째, 책을 읽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사람은 자신이 아는 만큼만 보고, 또 보는 만큼 말하고 이해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 사람의 한계와 책을 멀리하는 사람과의 한계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점은 가까움의 구체성과 분명함이 먼 거리의 막연함과 모호함을 종종 압도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근시안적인 한계가 더 크고 더 먼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한 갈등을 유발할 때 언제나 다수가 소수를 이기는 방식으로 끝난다. 책을 읽지 않는 다수가 결국 책을 읽는 소수를 제압하는 것이다.
셋째, 먼저 세상을 살다간 선조와 역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책이란 결국 세상 스토리인데 그 스토리의 중심은 사람이다. 사람에 의한 사람의 이야기가 결국 책인 것이다. 역사가 그렇고 문학이 그렇다. 그것의 기록이 책인데 책을 읽지 않음은 그 선조에 대해 무시를 하고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후대 사람으로 버르장머리가 없으며 뻔뻔하기까지 한 행동인 것이다.
옛말에 사람은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 정도의 책을 읽어야 진정 사람으로 바로 설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만약에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수백 권의 책을 싸들고 햇볕이 따사롭고 바람 또한 다정한 곳에서 한 일 년 정도 마음껏 독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신년 아침에 해본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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