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성 호 국립순천대학교 박물관장

올해 들어 국립순천대학교 박물관장이 되면서 대학박물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박물관장으로 부임해서 대학박물관의 시설을 점검해보니 규모와 시설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다른 대학박물관들과 비교해보니 전국 대학박물관 106개 중에서 5위정도 되는 아주 훌륭한 박물관이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서울대 박물관보다 국립순천대 박물관이 더 시설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서울대 박물관은 1860평이고, 순천대 박물관은 1780평정도 되어서 시설규모가 비슷하지만, 순천대 박물관이 2009년에 지어져서 20년 전인 1993년에 세워진 서울대 박물관보다 시설이 좋기 때문이다.
대학주변에 지역 국립박물관이나 다른 종합박물관이 없기 때문에 순천대 박물관은 전남동부 지역 전체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라는 위상을 지닌다. 이는 순천대 박물관에서 여수, 광양, 고흥, 순천 등 전남동부 지역 전체에서 출토된 역사유물을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취임한 후 2월 중순까지는 어떻게 대학생들을 박물관과 친숙하게 만들까를 고민하였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새내기 박물관 전시해설 프로그램’이었다. 올 상반기동안 약 1500여명의 대학생들이 한 시간 정도 전시해설을 듣고 관람을 하게 된다. 신입생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 내년에는 좀 더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박물관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생각중이다.
2월 중순에 국립충주대학교에서 개최된 국립대학교 박물관협회 총회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이로인해 대학을 넘어선 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고민하게 되었다. 국립대 박물관협회는 1985년에 창립되었고, 서울대, 부산대, 전남대 등 21개 국립대 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정기 총회, 워크삽, 학술대회 등을 통해서 한국 대학 박물관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전남 동부지역에서는 협회 창립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부회장이 배출된 셈이다.
국립대박물관협회 부회장으로서 국립대학교 박물관이 활성화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려고 한다. 먼저 문화체육부와 교육과학부를 대상으로 해서 국립대박물관 지원확대를 추진하려고 한다. 고려대학교 박물관장 출신 최광식 문화체육부 장관 취임을 계기로 대학박물관과 문화체육부 사이의 다양한 협력방안이 현재 진행되고 있어 그 가능성이 다른 때 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두 번 째로 올해 6월에 전북대 박물관에서 열리는 워크샵을 계기로 해서 초중등 학교 주 5일 수업제에 따른 방과 후 활동에 대한 국립대학교 박물관들의 공동대책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순천대 박물관은 순천교육지원청 박문재 교육감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4월부터 순천지역 초중등학생 5,000명을 대상으로 ‘어린이 박물관학교’를 시작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주중에 교과과정과 연계하여 진행되는 대규모 역사체험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 25일날 국립순천대학교 박물관과 순천교육지원청이 공식적으로 관학 협력 MOU를 체결함으로서 이 프로그램이 공식적으로 가동되었다. 올해는 순천지역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지만, 내년에는 그 범위를 전남 동부지역으로 넓히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방과후학교의 일환으로 ‘신나는 역사교실’ 2개 반을 3월말부터 운영하고 있다. 신나는 역사교실은 전남도교육청의 지원을 받는 ‘청소년 르네상스 사업단’과 연계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신나는 역사교실’은 ‘어린이 박물관 학교’가 두 시간의 단기 체험에 그치는 데 비해 16주 동안 진행되는 장기 프로그램이다. 현재 순천지역만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데 초등학교의 경우 지원자가 많아 신청인원을 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 프로그램도 올해 안정되면 내년에는 해당지역 교육지원청들과 협력을 통해 전남 동부지역 전역으로 확대시켜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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