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한 광양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작년 12월13일(선거일 전 120일)부터 시작된 숨 가팠던 레이스의 결승점이 서서히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20일간의 여정 중 단 며칠만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이다.
유권자들도 후보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맨 먼저 각 세대마다 도착한 선거공보를 꼼꼼히 읽어봐야 하겠다. 만에 하나 선거공보를 받아보지 못했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후보자와 정당의 선거공보를 찾아보는 정성을 들여보자.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닌가. 다음으로는 누구를 뽑을지 그리고 어느 정당을 뽑을지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것으로 가장 중요한 준비는 끝났다. 이제 대망의 4월 1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중 잠깐 짬을 내어 투표소를 방문하자. 어느 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하는지와 신분증 챙기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선거인명부등재번호를 오려가거나 메모해 간다면 더 빨리 투표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미리 뽑을 사람과 정당만 결정한다면 실제로 투표소에 도착해서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기까지 5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6조는 선거권행사의 보장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국가는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또한 선거인의 투표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거주하는 선거인 또는 거동이 불편한 선거인에게는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또한 공무원·학생 또는 타인에게 고용된 자가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가나 사회에서 선거권행사를 위해 이런 보장을 하였다면 유권자는 어떤 자세로 선거권을 행사해야 할까? 공직선거법 제6조제4항에는 ‘선거권자는 성실하게 선거에 참여하여 선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하여야 한다’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선거권 또는 투표권은 권리이기도 하지만 신성한 의무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선거권을 의무로는 생각지 않고 권리로만 여기는 경향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실례로 우리 광양 지역의 국회의원선거 역대 투표율을 살펴보았다. 13·14대 총선에서는 80%가 넘는 투표율을 보였고, 15대에서 70.7%로 10%포인트 가까이 낮아지더니 16·17대에서는 63·64%대를 유지하다가 급기야 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47.3%를 기록했다. 투표율 하락이 완만하게 진행된 것이 아니라 갑자기 뚝 뚝 떨어지는 형태를 보인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주요 요인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선거권의 권리적 측면에만 비중을 두고 의무적 측면은 가벼이 여긴 탓이 크리라.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정치인들 하는 짓을 보세요. 만날 자기네들끼리 싸우기나 하고. 이러니 누가 투표를 하고 싶겠습니까!”아마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매번 달라질 것 없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선거권에 대한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망각 상태로 지낼 수는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의 정치체제가 대의민주주의 체제이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그들만의 리그’, ‘대표성 없는 국민의 대표’이런 상황이 벌어져서는 결코 안 된다는 말이다. 기왕 선거할 때도 다가왔으니 4월 11일에 어쩔 수 없이 하는 투표, 습관적으로 하는 투표가 아닌 선거권의 의무적 측면을 상기하여 진정한 유권자의 힘을 발휘하는 투표를 해보자.

데스크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