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전통덕목인 향약을 지켜온 민족이다. 향약은 말 그대로 서로가 지켜야 할 아름다운 약속을 말한다. 그 중에 상부상조할 수 있도록 좋은 일은 서로 권하는 ‘덕업상권'과 좋은 풍속이나 습관은 서로 나누는 ‘예속상교'가 있다.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이 됐지만, 그 정신만큼은 본받을 만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골목 상권을 살리자는 것도 결국은 더불어 잘 살자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큰 강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작은 샛강이 맑아야 하듯이 대형 마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작은 골목상권들과 소상공인들이 살아야 하는 법이다. 그렇지 않고 자본의 논리만 앞세운다면, 당장은 이익이 될지 몰라도 결국에는 서로가 몰락하는 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우리 속담 중에 십시일반이라는 아름다운 속담도 있다. 열 사람이 한 숟가락의 밥을 보태면 한 그릇의 밥이 되고, 그 한 그릇의 밥은 한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게 바로 더불어 사는 미덕의 첫 걸음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 골목상권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받을 정도로 열악한 실정이다.
이들의 골목밀착형 영업이 확대될 경우 기존 동네 상가들이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현재로선 이들의 진출을 막을 수 있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는 게 문제다. 얼마 전에 구호성 반대 운동은 있었지만, 아직 법적인 장치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실을 심각하게 여긴 광주시는 ‘골목상권 살리기’ 협약식을 체결하는 등 발빠른 대응책을 내 놓고 있다. 대형마트와 SSM입점, 국내외 경기둔화와 치솟는 국제유가 등으로 인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지역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 중앙정부, 광주시, 금융기관, 소비자단체, 상인회 등 10개 유관기관이 힘을 모아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담보 특별대출을 실시하는 것도 그런 대안 중의 하나이다. 물론, 소상공인들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품격 높은 서비스를 시행할 필요가 있고 마인드 자체를 바꾸는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언제까지 정부의 도움에만 기댈 수는 없는 일이다. 광양시도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골목상권과 소상공인들을 지키는데 팔을 걷어 부치고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아무리 소상공인들이 뛰어난 영업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대형 시스템 앞에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생각 같아서 다윗과 골리앗이 싸우지 않고 서로 윈-윈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데 소상공인들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소상공인들이 살아야 서민경제가 살아나고 서민경제가 살아나야 광양경제도 건강하게 된다는 점이다.
김태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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