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현 광양교육지원청 장학사

이번 글의 제목은 필자가 2010년까지 정확하게 19년 동안 교사(敎師) 생활을 하면서 가장 즐겨 썼던 급훈이다. 학생들에게 늘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가르치려 애썼던 시절의 이야기다.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의지가 약하거나 자신의 이익만을 좇으려는 학생들은 엄하게 꾸짖었던 기억이 난다. 개인의 능력 이전에 남을 위해 나눌 줄 아는 마음이 약한 학생은 우리 사회의 무서운 기성인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더더욱 이 가치를 강조하고 각인시키려 애썼다. 한 주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면 늘 들르는 ‘로드카페’가 있다. 시골길가에 있는 자그마한 구멍가게 앞 자판기가 있는 곳이다.
언제부터인가 집으로 향할 때면 습관처럼 그곳에서 차를 세우고 혼자 가게 맞은편으로 널따랗게 펼쳐진 들녘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버릇이 생겼다. 어둠이 내린 들녘을 바라보며 지난 일주일 동안의 일정들을 되돌아보고 반성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흐뭇하게 미소를 짓기도 한다. 이번 주는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입가를 가득 채웠다. 오늘은 그 사연을 이야기 하고 싶다. 우리 광양시에는 직업훈련 전문기관인 사단법인 광양만권 HRD센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청소년들이 직업을 구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배우기 위해 기숙을 하면서 열심히 직업훈련과 교육을 받고 있다. 어느 날 그곳에 가서 딱한 사정을 접하게 되었다. 직업훈련의 공간이다 보니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고된 일정 속에서도 밤이 되면 빈 교실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TV모니터를 통해 온라인 강의를 들어가며 학력인정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딱한 사실을 알고부터는 늘 마음 한 켠에 숙제 하나가 생기고 말았다. 그러던 차에 문득 떠오르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기술연구원들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우리 광양교육지원청 Wee센터와 연계하여 관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야간(夜間)에 교육청과 광양공공도서관 등에서 교과지도를 해오고 있었다. 광양만권 HRD센터 청소년들에게 이들의 역할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어려운 부탁을 하였다. 고맙게도 그들은 흔쾌하게 동의를 해주었으며 지난 화요일(20일)에는 그곳을 직접 방문하여 구체적인 협조를 약속하였다. 또한 우리 광양시에는 많은 다문화 가정들이 존재한다. 다양한 국적의 이주 여성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올해 우리 광양교육지원청 다문화 역점사업으로 두 가지를 계획하게 되었다. ‘1년 동안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가지 못하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서울나들이를 가보는 일’과 이주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비(非)다문화 가정의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알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찾아가는 다문화 이해 교실’이 그것이다. 문제는 ‘서울 나들이’ 계획이었다. 가정 당 3명을 기준으로 25 가족 75명을 대상으로 계획을 세워보았더니 정해진 예산으로는 턱없이 모자랐다. 그런데 우리 광양에는 고마운 사람과 기업들이 있었다. 우연히 알게 된 OCI(주) 광양공장에서 흔쾌하게 돕겠다고 해주었고 광양제철소 외주파트너사 협회에서도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런 일들이 바로 아름다운 동행(同行) 아니겠는가? 다음 주에는 광양제철소 지역협력 담당자도 만날 계획이다. 꼭 실행해보고 사업이었는데 잘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
어느덧 우리 광양의 자랑인 섬진강 가에는 산수유와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봄은 자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가슴에도 찾아온다는 걸 새삼 강렬하게 경험한 한 주간의 시간이었다. 우리 주변에 이들처럼 아름다운 사람들과 기업들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세상이 살만하다.’고 이야기하는지 모른다. 이들도 어쩌면 학창 시절 어느 선생님으로부터 ‘더불어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동지(同志)’가 되라는 가르침을 받고 성장하였을 것이다. 그러기에 필자와 함께 했던 그 학생들도 지금쯤 어딘가에서 이들처럼 이웃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그들에게 나누고 베푸는 삶을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있기를 희망해본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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