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詩 송경동

문득, 주름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마흔 넘다보니 나도 참 많은 주름이 졌다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고여 있는

골도 있다 왜 그랬을까?

채 풀리지 않은 의문이 첩첩한 고랑도 있다

여름 볕처럼 쨍쟁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지만

생은 수많은 슬픔과 아픔들이 접히는

주름산과 같은 것이기도 했다 주름의 수만큼

나는 패배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두려움도 많았고

주름이 늘어버린 만큼 알아서 접은 그리움도 많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주름들이

내 삶의 나이테였다 하나하나의 굴곡이

때론 나를 키우는 굳건한 성장통, 더 넓게

나를 밀어가는 물결무늬들이었다 주름이

참 곱다 라는 말뜻을 조금은 알 듯도 하다

산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수많은 아픔의 고랑과 슬픔의 이랑들을 모아

어떤 사랑과 지혜의 밭을 일구는 것일 거라고

혼자 생각해보는 것이다

송경동 시인이여, 정말 미안하다!

참 미안했다. 송경동 시인이 잡혀갔을 때도 나는 크게 마음 아파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한 뼘이라도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는 자신의 모든 존재를 던졌는데도 나는 그저 시큰둥하게 생각한 것이다. 시인이란 누군가의 울음을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라는 말이 맞는 말이라면 이는 송경동 시인을 두고 하는 말일 테다. 그는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죄목으로 지금 감옥에 갇혀있다.

송 시인의 시어는 하나같이 노동현장성과 시대의 아픈 곳을 드러내기 때문에 그의 시를 읽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하지만 그의 시를 한 번이라도 음미하는 게 최소한의 예의라 싶어 '주름'을 감상한다. 보통 사람들은 항상 돈과 명예를 생각하느라 주름이 깊어지겠지만, 송 시인은 타인의 아픔을 생각하느라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성숙한 사람이란 타인의 아픔에 동참할 자세가 된 사람이라는데, 그렇다면 이제부터 1인칭의 주름이 아닌 3인칭의 주름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홍봉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