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숙 중마노인복지관장

2012년 흑룡의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외 없이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은 나이가 많든 적든, 좋든 싫든 나이 하나씩을 먹었습니다. 노인과 관련된 나이 얘기 한 번 해보려합니다.
19세기 말경에 독일의 철혈(鐵血)재상이었던 비스마르크는 독일의 35개 영주들을 복속시켜 통일국가를 만들었었고, 노동자, 농민들에게 국가의 부(富)를 창출하도록 강요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 동안 억눌렸던 출판의 자유, 세제 개혁, 의회 개혁 등을 주장하며 자유주의 혁명이 일어났고, 이에 비스마르크는 군대로 강경대응해서 이를 막았으며, 그 과정에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후 비스마르크는 국민을 위한 회유책으로 ‘노령연금법’을 제정 공포하였는데, 이 법의 주요 내용은 “모든 노동자, 농민들은 65세까지 일을 한 후 은퇴를 하면 사망할 때까지 자기 수입의 70%를 노령연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독일 국민의 평균수명은 40세였습니다. 그러니까 그 당시 노령연금법은 국민을 실제적으로 위하는 법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기교(show)에 불과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 의학, 영양학, 건강스포츠 등등이 발전하고 일반화되면서 평균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유럽을 비롯한 선진 국가들은 노인의 연령 기준을 비스마르크의 노령연금 수급연령을 준용해 65세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노인의 연령 기준 또한 65세입니다. 그 기준이 우리나라 노인복지법에 나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65세가 노인 연령 기준이 되었는가에 대한 일반적인 근거를 비스마르크로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반적인 근거를 가지고 우리나라 기초노령연금법 제 3조에 65세부터 노령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또 노인복지법 제 26조에 경로우대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수급 연령은 60세부터이고, ‘고용 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한 고령자는 55세이며,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60세 회갑(回甲)이 되면 노인으로 간주하던 사회적 통념이 있었습니다. 외국의 경우에도 OECD국가 같은 선진국은 대개 65세를 노인 연령기준으로 보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는 60세, 아프리카 국가는 대개 55세로 정하고 있다고 하며, 인도의 경우도, 평균수명이 63세로 노인을 60세 이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인복지관의 이용 회원 연령기준 또한 60세 이상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노인 연령 기준들이 있지만,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노인의 연령 기준인 65세도 더 이상 의미를 상실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올 해초 노인관련학회 세미나에서도 시대적, 사회 경제적인 요인 등 포괄적인 개념을 기준으로 노인의 연령을 70세 또는 75세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며, ‘노인을 몇 살 이상으로 했으면 좋겠는가’라는 여론 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응답이 70세라고 답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를 넘어 고령화 사회로 진입되었고, 2018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를 넘어 서는 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며, 2026년이면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 서 초 고령사회로 진입될 것이라는 예견입니다.
고령사회가 ‘쓰나미(Tsunami)’보다 더한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긴장감으로 국가도 고령사회, 초 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노인 관련 정책들이 속속 입안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인의 연령 기준, 고령노인의 기준, 성인병, 치매, 케어(Care), 돌봄, 보살핌 등등의 단어들- 가장 기초적인 노인 관련된 용어들이 재정비되고 정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마노인복지관의 이용 노인들의 연령분포를 보면 60세부터 93세까지로 최대 33세 차이로, 한 세대 차이가 날 정도여서, 젊은 노인들(Young-Old, 75세 미만)과 고령 노인들(Old-Old, 75세 이상)간의 갈등의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타 지역에서는 고령 노인들(Old-Old)만을 위한 전용 경로당을 설립할 만큼 나이 차이로 인한 노-노 갈등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문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부분에서도 일어날 수 있기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도, 그리고 노인관련 정책을 제대로 세우고, 실행하기 위해서도 노인 관련된 용어들이 재정의 되고, 정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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